울산공장 이어 아산공정도 ‘불법 판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조립공정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산공장의 다른 공정은 물론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혼재 노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블록화 공정’까지 불법파견임을 확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사실상 자동차 완성업체에서 쓰는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이라는 의미인 까닭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김아무개씨 등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 7명이 “현대자동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4명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완성차업체의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임을 확인한 건 2010년 7월 최병승씨 등 2명에 대한 선고 뒤 4년5개월 만이다. 이날 소송에서 진 3명도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한 건 맞지만,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견노동 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아 고용의제(이미 현대차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함)를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의 이번 확정판결은 여러가지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첫째 현대차 울산공장뿐만 아니라 아산공장도 불법파견임이 확인됐다. 2010년 7월 파기환송심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최씨 등은 울산공장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나머지 전주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은 터라 현재의 판결 흐름대로라면 현대차 모든 공장이 불법파견 노동자를 받아썼음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동안 현대차는 조립(의장)라인은 불법파견이라고 쳐도 나머지 공정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 소송을 낸 이들 가운데는 엔진외부 조립, 트렁크 단차 조정, 엔진 테스트, 내외관 검사 등 다른 공정에서 일하던 이들이다.
셋째,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과 함께 섞여 일하지 않아도 전체 공정의 한 부분에 놓여 있다면 이 또한 불법파견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번에 승소한 4명 가운데 김아무개씨는 2000년 8월 ‘대근’이라는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해 엔진서브라인 최종 확인공정에서 일했는데, 이 공정은 사내하청 노동자만 별도의 공간에 모여 일하는 것이다. 대규모 컨베이어벨트에서 정규직과 섞여 일하지 않더라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련의 전체 자동차 생산공정의 한 부분에서 일할 경우 사용자인 현대차의 지휘·종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비슷한 생산공정을 유지하는 국내 자동차완성업체 공장에서 쓰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완성차업체들이 현재의 생산공정을 크게 바꿔야한다는 뜻이다. 이미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전체 공정이 불법파견이라는 검찰의 판단이 나와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회장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된 바 있고, 기아차 화성·광주공장 노동자 468명도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노동자 4명도 1심에서 불법파견 선고를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날 판결로 현대차의 불법행위가 잇따라 확정됨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다시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파견법은 불법파견을 받아 쓴 사용자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와 법학 교수 등은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정 회장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번번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거나 일부 고발건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노동자 쪽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현대차는 불법파견에 대한 형사책임, 사내하청 근로자의 사용자로서 민사책임 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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