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통한 만남 주의점
듀오·가연·선우·닥스클럽·행복출발 등 결혼정보회사 상위 5~6개사의 회원수를 근거로 추정하는 업계 전체 회원수는 12만명이다. 결혼정보업계는 결혼을 원하는 독신 인구를 600만명(초혼·재혼 포함)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2%가 회원인 셈이다.
1990년대 중반 우후죽순 솟아난 결혼정보회사들은 2011년 1163개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933개의 결혼정보회사들이 영업중이다. 그 사이 ‘인륜지대사’인 결혼에 ‘조건’을 결부시키는 데 대한 문화적 거부감은 줄었다. 그래도 평생의 ‘인연’을 만나려다 잊고 싶은 ‘악연’으로 이어진 사례도 없지 않다.
30대 여성 ㄱ씨는 서울 강남의 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한의대 졸업예정자 ㄴ씨를 소개받았다. ㄱ씨는 소개받은 그해 곧바로 ㄴ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ㄴ씨는 한의대에 재학중인 남동생의 신분으로 위장하기 위해 개명까지 한 사기꾼이었다. ㄴ씨는 ㄱ씨 부모에게 “한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한방병원을 개업하려고 한다”고 속여 2억원을 받아챙겼다. ㄴ씨가 ㄱ씨에게 낙태를 요구하면서 사이가 벌어졌고, 이후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과정에서 ㄴ씨의 가짜 신분이 드러났다. 법원은 ㄱ씨에게 ㄴ씨를 소개해준 결혼정보업체 쪽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ㄴ씨가 결혼정보업체 회원등록을 할 때 신분증 복사본을 제시했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입장에선 ‘술 석잔 대신 뺨 석대’를 맞은 사례다.
여성 ㄷ씨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ㄹ씨를 만나 아홉달간 교제한 뒤 결혼했다. ㄹ씨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며 ‘재혼. 경영전문 사업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취득’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ㄹ씨는 경영학석사가 아닌 사전준비과정만을 이수했다. ㄷ씨에게는 ‘재산이 30억~4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대부업체로부터 돈까지 빌리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6개월에 불과하다던 전처와의 결혼생활이 실제로는 7년이나 됐다.
법원은 “혼인은 두 사람이 외부적 조건이 아닌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인격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혼인을 위해 다소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 ㄹ씨의 학력이 완전 허위라고 할 수 없고 실제 수입이 1억원 이상인 점 등이 인정된다”며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취소소송은 기각하면서도 이혼청구소송은 받아들였다.
국내 결혼중개업 관련 소비자 피해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2011년 189건, 2012년 229건, 지난해에는 296건까지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피해 사례 203건을 분석한 결과 △상대방 소개 지연 △소개 횟수 부족 △소개 조건 미준수 등 업체의 불성실한 소개로 인한 피해(103건)가 절반 이상됐다. 계약해지 때 과다한 위약금 청구(31건)도 많았다.
결혼정보회사가 소개한 사람과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갈 경우 재산 상황을 파악하는 데 특히 신중해야 한다.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회사재직증명서 등은 당사자의 위임을 받으면 정보회사에서 주민센터와 국민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직접 뗄 수 있다. 하지만 재산 상황을 증명할 서류까지 받는 결혼정보회사는 아직 없다. 형남규 듀오 회원관리본부장은 “부동산 관련 등기부등본 같은 증빙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일일이 다 파악할 수는 없다. 일단 당사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으니 교제를 하게 될 경우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아무개(33)씨는 2013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과 결혼에 성공했다. 윤씨는 17일 “서류에 적힌 조건만 보고 업체에서 알아서 소개해주길 기다리면 안 된다.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커플매니저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 가입비, 계약기간, 만남 횟수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계약서 내용과 업체 쪽 설명이 다를 경우 해당 내용을 계약서에 따로 기재해줄 것을 요구하라고 조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표준약관 사용 업체를 이용할 것도 권장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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