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산세 인하’ 요구 강남아파트단지 풍경
“세금폭탄 웬말이냐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권문용은 물러나라” “24만 강남주민은 분노한다. 탄력세율 50%를 반드시 적용하라” “권문용 구청장은 누구를 위한 구청장인가” (미성2차아파트)
“혈세낭비 즉각 중단하라 재산세율 50% 인하하라” “권문용 구청장은 각성하라 세금폭탄이 웬말이야” “웬말이냐 재산세 매년 50%인상 부당하다”(신현대아파트단지)
재산세 납부 마감시한(9월30일)을 이틀 앞둔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미성2차아파트와 신현대아파트 입구에는 플래카드가 요란했다.
압구정동 미성2차아파트와 신현대아파트는 이른바 ‘부자동네’다. 주차장엔 중대형차가 즐비했고, 오가는 입주민들의 입성도 고급스러웠다. 실제 이곳 아파트는 30~80평형대의 중·대형 아파트로 단지로, 평형에 따라 시세가 7억에서 30억원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대표적 지역의 한 곳이다. 그러나 아파트 어귀에 줄지어 나붙은 ‘세금 폭탄’ 플래카드는 부촌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할 말이 없다” “바쁘다”
왜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세금폭탄”이 등장했을까? 이들이 내야 할 재산세가 과연 얼마나 되기에 재산세가 부당하다는 플래카드가 나붙고, 납부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을까?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자들을 상대로 그 속내를 듣기 위해 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나부끼는 플래카드의 구호가 선명하고 명확한 것에 비해 이 곳에 살거나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시원스런 답변을 듣기는 어려웠다. 수십명을 붙잡고 “재산세 납부거부 운동을 하는 이유가 뭐냐?”, “탄력세율 50% 인하를 외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만, “바쁘다”, “이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할 말이 없다” “내가 대답할 위치가 아니다”는 대답뿐이었다. “잘 모른다. 부녀회에 물어보라”고 했지만, 부녀회장이나 입주자대표를 만날 수는 없었다. 부당한 세금에 대해 적극 홍보할 만도 한데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경비원들도 “부녀회장이 어디 사는지 모른다” “연락처를 모른다”는 반응일 뿐이었다.
“우리만 재산세가 급격히 뛰었다” 더러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은 ‘익명’을 요구했다. 이들이 재산세 납부운동에 참여한 공통된 이유는 ‘억울하다’였다. 집을 두 세 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투기할 목적도 없는데 강남에 산다는 이유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사실에 형평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재산세가 국세청에서 올해 1월1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긴 과세인 데, 타워팰리스와 서초, 송파, 경기도 신도시 등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들과 비교해서 “우리만 재산세가 급격히 뛰었다”고 주장했다.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4년 전 미성아파트(32평)로 이사왔다는 김아무개(43)씨는 “재산세가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다. 탄력세율이 인하되면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 모르지만, 강남에 산다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억울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가 이번달 30일까지 내야 할 재산세는 28만원이다. 30평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40)씨도 “구체적 액수는 모르지만 작년에 비해 상당히 많이 올랐다”며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의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미성아파트 47평에 사는 김아무개(72) 할머니는 “남편 퇴직 후인 7년 전 6억원에 이 집을 샀다. 지금은 수입도 없는데, 세금이 80여만원 나왔다”며 “세금을 많이 물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무엇을 근거로 얼마나 세금이 나왔는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보다는 ‘올랐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거부감 토로의 성격이 짙었다.
탄력세율 내용 모른 채, 감정적 동조 응답한 이들도 탄력세율 적용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재산세가 실제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시피 했다. 다만, ‘우리 아파트만 많이 올랐다더라’,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이 감면된다더라’는 부녀회 주장을 따라 재산세 거부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강남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재산세 과표가 면적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돼 강남구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대 4배까지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세제 개편에 따른 급격한 재산세 부담을 우려해 전년도의 1.5배까지만 부과하도록 하는 세부담 상한제를 둬 올해 평균 인상폭은 19.1%다. 단독주택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평균 10.8% 인하됐고, 다가구는 34.1%, 연립주택은 평균 35.6%가 인하됐다. 아파트의 경우 평균 34.3%가 인상됐는데, 이는 아파트 가격 대비 재산세 부담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소득도 없는데 세금 높아 빚내야 할 판” 몇몇 주민들의 불만은 다른 데 있어 보였다. 현재보다 앞으로 닥칠 ‘세금’이 부담스러웠다. 해마다 50% 증액될 세금 부담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지역 아파트는 시가 6억원을 넘어 정부 발표대로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대표적인 종합부동산세 대상지역이다. “지금은 일년에 200만~400만원 남짓 재산세를 내지만 몇 년 후에는 1천만원 넘는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면 빚 내서 세금내야 한다.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 해도 양도소득세 내야 하고, 그냥 살자니 재산세가 부담스럽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신현대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소득이 없어 전기료를 아끼려고 밤에도 불을 켜지 않는다”고 말하는 신현대아파트에 사는 익명의 입주자는 시세 10억원에 달하는 35평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이번에 재산세가 60만원이나 나왔다”며 “빚을 내거나 아파트를 팔아서 재산세 내야 할 판”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은행에 조금(2억원) 저축한 돈의 이자와 아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사는 데, 공과금과 생활비를 빼면 용돈은 20만원도 안된다”며 “입주한 기간을 따져 투기목적이 아니라면 재산세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23년 전부터 신현대아파트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이 아파트 50~61평 평균 세금이 130만~200만원 선인데, 구현대아파트는 65평이 110만원 선이다. 강남구인데도 타워팰리스와 아이파크는 세금이 더 적다고 한다”며 “과세기준이 불명확하고, 납득할 수 없다. 산출근거를 납득할 수 없어 납세거부 운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거주기간, 입주민의 수입과 부채, 주택 보유수 등으로 세분화하는 현실적인 재산세 과세방안이 필요하다”며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에 산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길 경우 대다수 입주민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 상승분에 대해서는 ‘……’ 신현대아파트의 다른 주민도 “입주시점부터 이 아파트에 살았다. 투기할 목적도 없고, 투자도 아니다. 집이라곤 이 아파트 한 채다. 다른 지역 사람과 다를 바 없다”며 “올려 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는데, 정부와 언론이 들쑤셔 아파트값 올려놓고 세금 더 내라니…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택가치 상승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 탄력세율 50% 인하에 대해서도 그 정당성을 확실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서초나 송파 등 다른 자치구들은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감면해줬는데, 강남구만 안한다”고 항변했지만, 강남구청은 “재산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할 경우 현재 부과된 재산세액에 탄력세율이 적용돼 감면되는 것이 아니고, 세부담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원 세금에 탄력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때문에 실제 혜택은 거의 없다”며 이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9000만원 대출을 받아 시세 1억8000만원짜리 26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서울시민이 올해 낸 재산세는 28만원이었다. 7억원 수준인 이 곳 32평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낸 재산세는 56만원이었다. 시가로 5억원의 차이에 대한 재산세 부담은 28만원 수준이다. 8월3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는 시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은 2017년까지 집값의 0.54%로 점차 높아지고, 6억원 이상의 집에 대한 실효세율은 주택값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금액이 2009년까지 집값의 1%로 올라간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이승경 기자 kimmy@hani.co.kr
“우리만 재산세가 급격히 뛰었다” 더러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은 ‘익명’을 요구했다. 이들이 재산세 납부운동에 참여한 공통된 이유는 ‘억울하다’였다. 집을 두 세 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투기할 목적도 없는데 강남에 산다는 이유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사실에 형평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재산세가 국세청에서 올해 1월1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긴 과세인 데, 타워팰리스와 서초, 송파, 경기도 신도시 등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들과 비교해서 “우리만 재산세가 급격히 뛰었다”고 주장했다.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4년 전 미성아파트(32평)로 이사왔다는 김아무개(43)씨는 “재산세가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다. 탄력세율이 인하되면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 모르지만, 강남에 산다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억울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가 이번달 30일까지 내야 할 재산세는 28만원이다. 30평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40)씨도 “구체적 액수는 모르지만 작년에 비해 상당히 많이 올랐다”며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의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미성아파트 47평에 사는 김아무개(72) 할머니는 “남편 퇴직 후인 7년 전 6억원에 이 집을 샀다. 지금은 수입도 없는데, 세금이 80여만원 나왔다”며 “세금을 많이 물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무엇을 근거로 얼마나 세금이 나왔는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보다는 ‘올랐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거부감 토로의 성격이 짙었다.
탄력세율 내용 모른 채, 감정적 동조 응답한 이들도 탄력세율 적용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재산세가 실제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시피 했다. 다만, ‘우리 아파트만 많이 올랐다더라’,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이 감면된다더라’는 부녀회 주장을 따라 재산세 거부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강남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재산세 과표가 면적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돼 강남구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대 4배까지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세제 개편에 따른 급격한 재산세 부담을 우려해 전년도의 1.5배까지만 부과하도록 하는 세부담 상한제를 둬 올해 평균 인상폭은 19.1%다. 단독주택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평균 10.8% 인하됐고, 다가구는 34.1%, 연립주택은 평균 35.6%가 인하됐다. 아파트의 경우 평균 34.3%가 인상됐는데, 이는 아파트 가격 대비 재산세 부담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소득도 없는데 세금 높아 빚내야 할 판” 몇몇 주민들의 불만은 다른 데 있어 보였다. 현재보다 앞으로 닥칠 ‘세금’이 부담스러웠다. 해마다 50% 증액될 세금 부담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지역 아파트는 시가 6억원을 넘어 정부 발표대로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대표적인 종합부동산세 대상지역이다. “지금은 일년에 200만~400만원 남짓 재산세를 내지만 몇 년 후에는 1천만원 넘는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면 빚 내서 세금내야 한다.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 해도 양도소득세 내야 하고, 그냥 살자니 재산세가 부담스럽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신현대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소득이 없어 전기료를 아끼려고 밤에도 불을 켜지 않는다”고 말하는 신현대아파트에 사는 익명의 입주자는 시세 10억원에 달하는 35평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이번에 재산세가 60만원이나 나왔다”며 “빚을 내거나 아파트를 팔아서 재산세 내야 할 판”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은행에 조금(2억원) 저축한 돈의 이자와 아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사는 데, 공과금과 생활비를 빼면 용돈은 20만원도 안된다”며 “입주한 기간을 따져 투기목적이 아니라면 재산세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23년 전부터 신현대아파트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이 아파트 50~61평 평균 세금이 130만~200만원 선인데, 구현대아파트는 65평이 110만원 선이다. 강남구인데도 타워팰리스와 아이파크는 세금이 더 적다고 한다”며 “과세기준이 불명확하고, 납득할 수 없다. 산출근거를 납득할 수 없어 납세거부 운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거주기간, 입주민의 수입과 부채, 주택 보유수 등으로 세분화하는 현실적인 재산세 과세방안이 필요하다”며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에 산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길 경우 대다수 입주민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 상승분에 대해서는 ‘……’ 신현대아파트의 다른 주민도 “입주시점부터 이 아파트에 살았다. 투기할 목적도 없고, 투자도 아니다. 집이라곤 이 아파트 한 채다. 다른 지역 사람과 다를 바 없다”며 “올려 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는데, 정부와 언론이 들쑤셔 아파트값 올려놓고 세금 더 내라니…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택가치 상승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 탄력세율 50% 인하에 대해서도 그 정당성을 확실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서초나 송파 등 다른 자치구들은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감면해줬는데, 강남구만 안한다”고 항변했지만, 강남구청은 “재산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할 경우 현재 부과된 재산세액에 탄력세율이 적용돼 감면되는 것이 아니고, 세부담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원 세금에 탄력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때문에 실제 혜택은 거의 없다”며 이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9000만원 대출을 받아 시세 1억8000만원짜리 26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서울시민이 올해 낸 재산세는 28만원이었다. 7억원 수준인 이 곳 32평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낸 재산세는 56만원이었다. 시가로 5억원의 차이에 대한 재산세 부담은 28만원 수준이다. 8월3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는 시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은 2017년까지 집값의 0.54%로 점차 높아지고, 6억원 이상의 집에 대한 실효세율은 주택값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금액이 2009년까지 집값의 1%로 올라간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이승경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