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한민족의 대표 상품 아세요?” 옥순종 실장
“반만년 한민족의 대표 상품 아세요?”
반만년 역사 속에서 고조선 시대나 21세기 대한민국 시대나 똑같이 한민족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노경의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특별히 이화여대 약대를 방문하여 그 효능을 물은 까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영물의 가치를 잘 모르는 이것은?
한국인삼공사 홍보실장 옥순종(47)씨가 인삼무역의 현장에서 쌓은 지식과 애정을 바탕으로 최근 펴낸 <교양으로 읽는 인삼이야기>(이가서 펴냄)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들로 가득 차 있다. 오랜 옛날부터 한반도와 만주일대에서 ‘심’이라 불린 신비한 약초에 얽힌 역사와 문화, 효능과 쓰임새가 한 권에 총망라돼 있는 점 등에서 한국 인삼에 대한 그 나름의 노력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인삼을 홍보하다 보니 인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반면 많은 한국인들이 인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뼈아픈 사실도 확인하게 됐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인삼에 대한 사랑을 지식과 교양으로 심화시키고 외국인에게도 널리 소개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일이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책을 내게 됐지요."
그의 말대로 옥씨가 펴낸 인삼이야기에는 인삼이 대한 인문학적 관심들로 가득하다. 인삼의 영어표기 ‘진생’이 일본어가 아니라는 것, 고대 중국문헌에 등장하는 인삼을 뜻하는 한자들, 삼(參,蔘) 침(浸,侵) 등은 기실 산삼을 뜻하는 옛 우리말 ‘심’의 한자음 표기라는 추론 등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을 잇는 대표적인 한반도 교역품이었던 인삼의 국제무역사, 산삼채취를 둘러싼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분쟁, 청이 명나라로 쳐들어가면서 내건 선전포고문에 산삼분쟁을 거론한 따위 등은 인삼이 얼마나 중요한 자원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옥씨는 그래서 금값보다 비쌌던 조선시대의 인삼을 오늘날의 한국 대표상품 반도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고려인삼학회 홍보위원을 맡는 등 인삼 홍보대사를 자처해온 옥씨는 본래 언론인 출신. 광주의 한 신문사에서 사회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맛과 멋의 고장 목포에서 성장해 나름대로 우리 것에 대한 안목도 조금은 키울 수 있었던 것이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됐다고 겸손해 한다.
"와인이나 커피 등 외래 기호품에 대해 전문적 소양을 쌓는 일이 유행하면서도, 정작 우리 것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세태가 늘 아쉬웠습니다. 이 책이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고 가꾸는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인우 기자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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