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하 카톡) 같은 메신저 이용자에 대한 정보·수사기관의 감청(통신제한조치)·압수수색 영장 협조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 이용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협조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이버 검열’ 논란 및 메신저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 사태 영향으로 증가세가 일시 주춤했다.
23일 다음카카오가 내놓은 ‘투명성 보고서’를 보면, 카톡 이용자에 대한 정보·수사기관의 감청 협조 요청은 2012년 41건에서 지난해 81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톡 이용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요청은 연간 811건에서 3864건으로 증가했고,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은 534건에서 1827건으로 늘었다. 다음카카오는 이 가운데 압수수색 영장 집행 요청 내역에 대해 “이용자(계정) 수가 아닌 ‘요청 문서 수’”라고 설명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톡 이용 내역 압수수색 당시 같은 카톡방 멤버 3000여명의 대화내용과 개인정보가 함께 넘어갔던 점에 견줘, 실제 압수수색을 당한 카톡 이용자 수는 수십만 내지 수백만명으로 추산해볼 수 있다.
다음 이메일 이용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 협조 요청은 2012년 1363건에서 지난해 4772건으로 증가했고, 감청 영장 협조 요청은 56건에서 47건으로 소폭 줄었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도 4230건에서 3498건으로 감소했다. 전날 발표된 네이버의 ‘2014 개인정보보호 리포트’에서도 이런 흐름은 뚜렷했다. 네이버 이메일 이용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2012년 1487건에서 지난해 9342건으로 증가한데 비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은 7841건에서 4790건으로 줄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받아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 요구 및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이용자들의 게시물 삭제 요청도 급증하고 있다. 방통심의위 시정 요구는 2012년 3668건에서 지난해 8666건으로 증가했고,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이용자들의 게시물 삭제 요청은 7만6787건에서 12만8695건으로 늘었다. 그동안 시민단체 쪽은 방통심의위의 ‘정권 입맛 맞추기’식 시정 요구와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용자들의 게시물 삭제 요구 남용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반기별로 보면, 카톡·이메일 이용자에 대한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압수수색 영장 집행 협조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과 게시물 삭제 요구 모두 2012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일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도 넘은 대통령 모독’ 발언과 뒤이은 검찰의 유관기관 대책회의 소집으로 불거진 ‘사이버 검열’ 논란 사태 이후 정보·수사기관이 감청 및 압수수색 영장 집행 협조와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정보·수사기관의 영장 집행 협조 및 이용자 개인정보 제공 요청과 게시물 삭제 요구 내역 등을 공개하기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처음이다. 외국에선 구글·페이스북·보다폰을 비롯해 38곳이 정부기관의 정보인권 침해에 대한 ‘작은 항의’ 의 표시로 투명성 보고서를 내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국정원·검찰·경찰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엄두도 못내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