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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7년 숙성시킨 나뭇결 황금분할로 짜맞춰 ‘하나뿐인 명품 가구’

등록 2015-01-13 20:02

박명배 소목장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자신의 공방에서 나무가구의 표면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 나무로 머리를 만든 망치로 작업을 하고 있다.
박명배 소목장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자신의 공방에서 나무가구의 표면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 나무로 머리를 만든 망치로 작업을 하고 있다.
[장인을 찾아서]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박명배씨
조선시대 장인의 손때가 묻은 대패는 모양이 특이하다. 손잡이가 양쪽에 삐죽이 나 있다. 대팻날도 지금의 대패와는 반대 방향이다. 지금 대패는 당길 때 힘을 주어 나무 표면을 깎아내지만 옛것은 밀어서 작업을 했다. 당기는 것이 힘을 더 쓸 수 있을 텐데 왜 조선시대 장인들은 밀어서 작업을 했을까?

중요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 박명배(65)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조선시대 목수들은 대부분 앉아서 작업했어요. 앉은 자세에서는 미는 것이 더 힘을 낼 수 있어요. 때로는 다른 사람이 줄을 연결해 앞쪽에서 당기기도 했죠.” 지금 쓰이는 대패는 일본식으로,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대패로 다 바뀌었다.

전문대에서 현대공예 전공
공예미술연구소에서 소목 시작
소목장 허기행 선생 전통기법 사사

고 최순우 국립박물관장과 인연
전통미감 살리는 ‘비례’ 배워
선비정신·현대 기능성 ‘솜씨’ 인정

박명배 소목장이 만든 소목 작품들. 사진은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의 고사리 모양 여의두 무늬를 그대로 살린 유리 원탁.
박명배 소목장이 만든 소목 작품들. 사진은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의 고사리 모양 여의두 무늬를 그대로 살린 유리 원탁.
그의 작업장 한쪽 벽에는 대패와 정, 톱 등 목공에 필요한 도구들이 가득 진열돼 있다. 지난 50년 가까이 목수 일을 하며 수집해온 연장들이다. 목수 공구의 박물관 같다. 수백개의 연장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목수의 선택을 다소곳한 몸짓으로 기다리고 있다. 흥부가 아내와 함께 박을 탈 때 썼을 것 같은 긴 톱도 있다. 큰 나무를 켤 때 쓰는, 톱날이 크고 반달형인 톱도 있다. 나무로 머리를 만든 망치도 여러가지다. 정교히 날을 세운 정(釘)도 수십개다. 전기를 이용해, 회전톱으로 나무를 켜는 자동 연장도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그의 작업실인 ‘영산공방’ 널찍한 실내 공간에는 나무들도 겹겹이 쌓여 있다. ‘숙성’을 하고 있는 나무들이다. 무려 7년을 기다려야 생활가구용으로 쓰인다.

앞마당에는 지름이 1m가 넘는 아름드리 통나무 수십개가 쌓여 있다. 대부분 300~500년 된 나무들이다. “봄철에 나무를 자르면 물기가 있어, 물기가 다 빠진 가을이나 겨울에 나무를 베어서 사옵니다. 나무의 잘린 면에는 풀이나 기름을 발라서 갑자기 수분이 빠지면서 갈라지는 현상을 막죠.” 그런 다음 나뭇더미를 두꺼운 비닐천으로 덮어 2년 동안 응달에서 서서히 숙성시킨다. 숙성된 통나무를 일정한 두께로 켜 널빤지 형태로 다시 실외에 놓고 3년간 말린다. 다시 실내에서 2년을 말려야 비로소 가구재로 쓴다. 나무가 지니고 있는 수분과 송진들이 다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습도가 낮은 겨울부터 초봄까지만 가구를 만든다. 그래야 완성된 가구가 트거나 갈라지거나 휘는 뒤틀림이 없다.

느티나무와 오동나무로 만든 3층 책장
느티나무와 오동나무로 만든 3층 책장
사계절의 기온차가 뚜렷한 한국의 나무는 특히 무늬가 아름답다. 나무 속에 어떤 문양을 품고 있는지는 켜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거액을 들여 산 나무가 켜고 보니 속이 비어 그냥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문양이 숨어 있어요. 좋은 무늬를 가진 나무를 만나는 것은 운(運)입니다.” 용같이 날아오르기도 하고 동양화 속의 소나무같이 정취 있기도 하다. 자연이 만든 색과 무늬를 보고 만들 가구를 결정한다.

한민족 전통의 생활가구는 작고, 낮고, 간결하다. 천장이 낮고 실내가 비교적 좁아 가구들의 시각적인 부담을 줄이고, 좀 더 넓은 생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남성들은 주로 사랑채에서, 여성들은 안채에서 생활해 사랑방과 안방의 가구들이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사랑방 가구는 단순하고 검소하게 보이는 소나무와 오동나무가, 안방용은 아름다운 무늬가 돋보이는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먹감나무가 이용되었다.

검은 먹물 무늬가 들어 있는 먹감나무로 만든 머릿장
검은 먹물 무늬가 들어 있는 먹감나무로 만든 머릿장
소목장 박명배는 충남 홍성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왔다. 선친은 농사일을 하며 손재주가 좋아 쟁기와 지게 등 각종 도구를 손수 제작했다. 유전자의 도움을 받은 셈이다. 전문대에서 현대공예를 전공한 그는 서라벌예술대(현 중앙대) 공예과 최회권 교수가 운영하는 공예미술연구소에 취직해 소목 일을 시작했다. 당시 유명한 소목장이었던 허기행 선생에게 전통 가구의 짜맞춤 기법을 배웠다. 소목 일에 발을 들인 지 13년 만인 1981년 독립하여 개인 공방을 차렸다. 박명배는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를 만나 전통 가구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미감을 배웠다. “짜맞추는 기법은 몇 가지만 배우면 돼요. 전통 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 가구의 미감을 찾아내는 일이죠. 전통 가구의 미감은 바로 비례에서 나오는데 이것을 가르쳐준 이가 바로 최 관장입니다.”

거울과 화장용품을 담아두는 황동 장식을 단 좌경(경대)
거울과 화장용품을 담아두는 황동 장식을 단 좌경(경대)
전통의 미의식이 지향하는 비례는 1 대 1.666으로, 이는 서양에서 황금분할로 불리는 1 대 1.618과 흡사한 수치. 최 관장의 도움으로 박물관에 소장된 옛날 가구들을 재현하는 데 몰두한 그는 청와대와 운현궁의 실내 가구를 만들었다. 또 로마 교황청 박물관, 워싱턴 한국문화원, 베를린 한국문화원 등에 있는 한국의 전통 가구도 그의 손길을 거친 가구들이다.

그의 목가구는 조선 선비의 정신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미와 기능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그가 만든 가구는 비싸다. 가장 비싼 것은 느티나무로 만든 3층장으로 1억5천만원까지 한다. 팔리지 않아 보관하고 있지만 그의 정성과 노력, 자존심을 더한 값이다.

용인/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소목장이란

장·농·반닫이…생활가구 목수
쇠못 안쓰는 짜임과 이음기법 특징

소목장(小木匠)은 나무로 생활가구를 만드는 목수다. 대목장(大木匠)이 궁궐이나 사찰, 가옥 등의 목조 건축물을 짓는 목수를 지칭하는 데 비해 소목장은 나무의 무늿결을 살려 자연스러운 조형미와 실용성을 살린 가구를 만드는 장인이다. 이런 목가구에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사회적 규범 그리고 생활양식의 특성이 잘 반영돼 있다.
소목장(小木匠)은 나무로 생활가구를 만드는 목수다. 대목장(大木匠)이 궁궐이나 사찰, 가옥 등의 목조 건축물을 짓는 목수를 지칭하는 데 비해 소목장은 나무의 무늿결을 살려 자연스러운 조형미와 실용성을 살린 가구를 만드는 장인이다. 이런 목가구에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사회적 규범 그리고 생활양식의 특성이 잘 반영돼 있다.

소목장(小木匠)은 나무로 생활가구를 만드는 목수다. 대목장(大木匠)이 궁궐이나 사찰, 가옥 등의 목조 건축물을 짓는 목수를 지칭하는 데 비해 소목장은 나무의 무늿결을 살려 자연스러운 조형미와 실용성을 살린 가구를 만드는 장인이다. 이런 목가구에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사회적 규범 그리고 생활양식의 특성이 잘 반영돼 있다.

장, 농, 의걸이장, 3층장, 단층장, 경대, 혼수함, 반닫이 같은 안방 가구부터 사방탁자, 문갑, 서안, 책장, 책탁자, 머릿장 같은 사랑방 가구에서 소반, 찬장, 뒤주 등 주방 가구도 소목장이 만든다.

목가구를 만드는 연장으로는, 치수를 재는 자, 나무를 켜거나 자르는 톱, 나무의 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대패, 구멍을 파거나 다듬는 끌(정), 끌을 두드리는 끌방망이, 치수를 표시하거나 평행선을 긋는 데 필요한 그무개, 구멍을 뚫을 때 필요한 송곳 등이 쓰인다.

느티나무, 감나무, 단풍나무, 오동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나뭇결이 아름다워 판재로 많이 쓰였다. 자연적인 나뭇결을 좌우대칭으로 구성해 안정감을 주는 기법이 일반적이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얇게 켜도 터지지 않아 의복, 책, 서류 등을 보관하는 가구에 많이 이용되었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결이 곱고 단단해 사랑방 가구에 안성맞춤이었다.

한국의 목가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견실한 구조로 짜여 있고, 그 짜임과 이음의 기법도 매우 치밀하다. 쇠못을 사용하지 않았고, 불가피한 부분에만 접착제와 대나무못을 박는 것도 특징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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