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 넘어서…절반 이상이 고졸자
쫓겨나거나 닥치는대로 일하다가 탈진
쫓겨나거나 닥치는대로 일하다가 탈진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말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14” 보고서에 실은 글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청년층(유휴 청년층)이 2013년 전체 청년층의 1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청년 10명 중 하나는 아무 것도 안한다) 이를 계기로 유휴 청년층은 과연 어떤 이들인지, 통계와 연구결과를 정리했다.
■ 유휴 청년층이란
유휴 청년층(니트, NEET)이라는 개념은 1999년 영국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16-18살 청년에 대한 대책 마련 차원에서 처음 사용했고, 이후 유럽 각국과 일본 등으로 확산됐다. 현재 유휴 청년층은 대체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15-29살(한국이나 일본은 15-34살까지 확장) 청년층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이들은 1) 정규 교육기관이나 입시·취업 훈련 기관을 다니지 않고 2) 직업도 없으며 3)가사나 육아를 주로 하지도 않는 4)독신 상태의 청년층이다. 이들 가운데 구직 활동을 하는 이는 공식 통계에서 실업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이들(비구직 니트)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특히 비구직 니트는 관심과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비구직 니트가 2011년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 외국과 비교한 한국의 유휴 청년층 규모
한국의 유휴 청년층은 외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각국의 15~29살 유휴 청년층 통계를 보면 한국 통계는 2008년부터 수록되었는데, 회원국 중 상위권에 속한다. 2012년 한국의 청년 인구 중 유휴 청년층은 18.47%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14.96%)보다 3.5%포인트 높은 것이다. 한국보다 유휴 청년층이 많은 나라는, 터키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아일랜드 브라질(회원국 아님) 슬로바키아뿐이다. 아래 인터랙티브 그래프로 상세하게 비교해볼 수 있다.(오른쪽의 나라 목록에서 비교 대상을 직접 선택해 보면 된다.)
■ 비구직 유휴 청년층 구성
유휴 청년층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집단은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이들(비구직 니트)이다. 이들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실태 파악도 어려워, 지원도 쉽지 않다. 한국의 비구직 니트를 학력별로 보면 절반 이상이 고졸자다. 고졸의 비중은 2008년까지 그나마 하락세를 보였으나 그 이후 다시 늘고 있다. 고졸 비구직 니트는 절대치에서만 많은 게 아니라 전체 청년층 인구 가운데 고졸자의 비율과 비교해도 확연히 많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일자리 시장에서 더 쉽게 밀려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통계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비구직 니트의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체 청년층 인구 구성을 고려할 때 전체 비구직 니트 중 대졸 이상자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비구직 니트를 연령별로 보면, 20~24살 청년층이 가장 많다. 전체 청년층 중 20~24살의 비중과 견줘보면 그 격차가 더 크다. 25~29살 비구직 니트는 2006년 이후 확 늘었다. 좋지 않은 징조다. 30살을 넘어서도 일자리를 찾지 않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 비구직 유휴 청년층 실태
유휴 청년층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한 연구는 많지 않다. 가장 상세한 것은 한국고용정보원 정연순 연구위원 팀이 2013년 3월부터 11월까지 연구해 내놓은 “취업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1만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뒤 그중에서 1500명을 골라 분석한 설문조사 결과와 22~34살의 청년 42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설문조사 결과는 위의 그림에 요약했다.) 아래는 면담 결과로 파악된 유휴 청년층 실태다.
실태조사 보고서는, 면담 참여자 대부분이 대학 때부터 노동 경험이 있으며, 사회 진출 뒤에는 “열악한 노동 조건과 불안정 고용에 시달리는 혹독한 경험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정규직이거나 단기계약직 또는 계약직도 되지 못하는 처지에서 일하다가 지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 장기간 일을 안하기보다는 취업과 실업, 구직 중단 상태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유휴 청년층”으로 고착되기보다 왔다갔다하는 모호한 상태에 있는 걸로 보고,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보고서에 실린 면담 참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과거, 현재, 희망을 알아본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 데이터 블로그 바로가기
■ 관련 자료 새 창에서 보기
* 우리나라 청년 니트의 특징 및 노동시장 성과 연구(남재량 김세움, 2013)
* 초점집단면담을 통해 본 청년 니트 유형과 특성(정연순, 격월간 고용이슈 2014년 3월호, 6쪽)
* 취업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정연순 외, 2013)
* 최근 청년 니트의 현황과 추이(남재량, 월간 노동리뷰 2011년 3월호, 29쪽)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눈에 보는 교육(Education at a glance)
연도 | 15-34살 인구 (만명) | 유휴 청년(만명) | 유휴 청년 비율(%) | 구직 유휴 청년 (실업자) | 구직 유휴 청년 비율(%) | 비구직 유휴 청년 (비경활 인구) | 비구직 유휴 청년 비율(%) |
1996 | 1539.2 | 51.1 | 3.3 | 24.5 | 1.6 | 26.7 | 1.7 |
1998 | 1580.3 | 102.2 | 6.5 | 60.6 | 3.8 | 41.6 | 2.6 |
2000 | 1546.1 | 94 | 6.1 | 39.6 | 2.6 | 54.4 | 3.5 |
2002 | 1500.9 | 94.6 | 6.3 | 35.2 | 2.3 | 59.5 | 4.0 |
2003 | 1475.9 | 114.8 | 7.8 | 39.7 | 2.7 | 75.1 | 5.1 |
2004 | 1450.4 | 121.4 | 8.4 | 40.7 | 2.8 | 80.6 | 5.6 |
2005 | 1416.2 | 127 | 9.0 | 39.7 | 2.8 | 87.3 | 6.2 |
2006 | 1393.7 | 126.7 | 9.1 | 38.6 | 2.8 | 88.1 | 6.3 |
2007 | 1378.7 | 123.3 | 8.9 | 34.3 | 2.5 | 89.1 | 6.5 |
2008 | 1369.6 | 124.9 | 9.1 | 33.1 | 2.4 | 91.8 | 6.7 |
2009 | 1361.8 | 132.6 | 9.7 | 35.3 | 2.6 | 97.3 | 7.1 |
2010 | 1354.5 | 134.4 | 9.9 | 34.9 | 2.6 | 99.6 | 7.4 |
2011 | 1346.8 | 132.7 | 9.9 | 31.9 | 2.4 | 100.8 | 7.5 |
■ 과거 경험
닥치는 대로 일하다 20대를 다 보냈다
“대학교를 휴학했는데, 아니 휴학이 아니라 중퇴했는데, 그 중퇴한 이유가 등록금 때문이었거든요. 집에 빚이 있었는데, 등록금도 제때 못 내고, 그 대출받은 게, 그걸 갚을 수 있는 형편도 안 되고, 제가 빚부터 갚아야 해서. 가장이 되버려 갖고. 그래서 신용불량자가 된 적도 있고, 지금은 아니지만. 그래서, 계속 전공을 살리거나 아니면 전문적인 일을 할 여력이 없었던 거에요. 계속 하루 벌어서 하루 살기 바빴죠. 그렇게 이십대를 거의 다 보냈어요.”
정보 부족 상태로 진학, 대책 없이 졸업
“(텔레비전에서) 러브하우스 한참 유행할 때잖아요. (인테리어 전공이) 유망할 줄 알았지. 그래서 갔었는데 포화상태였던 거지. 전국에 없는 과 없고 전국에 없는 학원 없고 쏟아지고 있을 때였는데. 정점에 내가 시골이니까, 멋있겠다 이러고 간 거지.”
“거기가 신생 대학교였거든요. 그런데 진짜 솔직히 말해서 배운 거 하나도 없고요. 완전 최악으로 졸업했거든요. 교수들이 노하우가 없었어요. 조교도 없으니까. 이건 왜 하나 싶어서 일단 졸업은 했는데 거의 최악이었고. 솔직히 배운 게 없어서... 그 덕에 취업을 제대로 못한 거 같아요.”
취업 실패 뒤 의욕 저하
“애초에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스펙 딸리는 것도 있고, 옆자리 누구는 뭐 '유네스코에서 무슨 봉사활동을 했다' 막 이러는데, 저는 그런 게 없는 거예요. 저는 옛날에 재적 당했을 때 그 뭐야 가스충전소에서 일하고 그런 경험밖에 없거든요. 그런 게 없으니까 면접 할 때부터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계약직도 못되는 처지로 일하다 탈진
“제가 첫 스탭을 했던 것은 스크립터, 처음이었기 때문에 400만원 계약을 해서 갔는데, 거의 2년이 넘는 시간을 한거예요. 그 때는 뽑아줬다는 사실만으로 고양돼 가지고 했는데... 여전이 불공정하고, 턱없이 박봉, 이거는 보험도 안 되고, 개월 수로 나누면 60만원 80만원도 안되고, 열정이 없으면 용납하기 힘든... 그러니까 자신이 착취당하는지도 모르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계약 기간도 보장 못받고 쫓겨나
“나는 2년 동안 일 하고 그 일을 기반으로 다른 회사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 했는데, 사실은 2년도 아니고 1년이었던 거고, 잡아두기 위해서 2년이라고 얘기했었고, 1년 단위로 사람이 바뀌는 거였고, 1년 끝날 때쯤에 저한테 말씀을 하시기를, 자기가 노력을 해봤는데 더는 안 될 것 같다는 식으로... 바로 인수인계를 해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옮기자 했는데, 안 옮겨지는 거죠. 다음 직장 잡는 것도 힘들었고...”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정규직 때려쳐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거는 일도 일이지만, 놀 수 있는 자기 시간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데 시도 때도 없고 밤낮도 없고 점심도 없어요. 햄버거 먹다가 '00야!' 부르면 뛰어가야 해요.”
너무 과로해서 시민단체 사직
“정말 주말 없이, 친구 관계없이 계속 일만 하고, 집-일 이것만 반복하니까 피폐해지는 거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농담 삼아 돈은 조금 주면서 일은 삼성보다 더 많이 시킨다고. 내가 이걸 왜 해야 되나, 좋은 거 추구하는 거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이건 아니다.”
■ 현재 상태
몸과 마음이 아프다
“제가 약간 가족에 대한 좀, 부재? 좀 외로움? 그게 있었어요. 그래서 어차피 빈 집에 있느니 그냥 나가자. 그거는 제 심리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나갔던 거구요.”
활동은 하지만 수입은 없다
“제가 5년 동안에 정말 연기를 얼마나 했을까, 생각을 해보니까... 진짜 1년 했을까? 다 합쳐 봐도. 한 6개월 했나? 그런 게 나오잖아요. 그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니까 내 본업이 뭐냐...”
구직에 소극적이고 별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
“이제 집에서 자기 혼자 알아서, 일단 뭐 말씀드렸던 대로 글 공부도 일단 뭐 익힌 거는 있으니까 틈틈이 정리해가고 책 같은 거 사놓았던 거 틈틈이 읽고 그리고 아무래도 이제 장기적인 목표라고하면 어쨌든 서울에 다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
“아이들이 중국어 가르쳐달라 그러면 좀 가르쳐 주고, 뭐 친구들 만나고...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진짜 널럴하고, 어떻게 들으면 되게 재수 없을 수 있는데... (중국어 가르치는 것도) 아르바이트 식으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가르쳐 주는 거지 돈을 받고 그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토익시험을, 어디다 내지도 못할 토익시험을 계속 보는 이유가, 이 점수라도 있어야 번역일이라도 할려면, 될까봐 토익시험은 계속 보고 있어요.”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뭔가 자격증을 계속 만들어야 되고, 갱신을 하고 해야 되니까, 계속 그런 일을 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 희망
정규직은 기대하지 않는다
“정규직이 되면 한 150만원 정도 받는 거였는데 굳이 이렇게 불행하면서 그 150으로 별로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인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그래서 석 달을 하고 정규직 제안을 받았는데 거기서 그냥 그만 두겠다고 하고... 제가 돈을 쓰는 모든 걸 다 기록을 했어요. 오백 원까지 다 기록을 해서 그걸 한 일 년을 했거든요. 한 달에 평균 한 40만원 밖에 안 쓰는 거에요.”
자유롭고 의미 있게 일하기 원하나 막연함
“제 이상이랑 동일 선상에 있는 회사였음 좋겠어요. 골프 회사는 환경 망치는 일하잖아요... 건설 회사 일하다 보니까 뒷돈 빼돌리고 그런 거 보면서 전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그러고 있으니까 불만스럽고.”
“내 시간 갖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그게 없으니까 사람이 쫄리더라고요. 마음이. 돈을 벌기 위해 다닌다고 직장 다닌다고 맘먹으면 되는데 내 시간이 없어지면 돈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거에요.”
큰 돈도 바라지 않는다
“하루로 하면. 일주일에 3일 풀타임으로, 4일 정도 그래서 100만원쯤.”
“최소한의 비용이 있어야 한다면 100만원이나 80만원 비용 생각하고 있는데. 부모님 아프시거나 하면 보태야 하니까 수치가 높아져야 할 텐데 그런 거 떠나서는 8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