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30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 조현아 ‘항로 변경 혐의’ 등 기소
조, 여 상무에게 “사태 잘 수습” 지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증거 인멸 교사 혐의는 적용 안해
여 상무·국토부 조사관도 기소
조, 여 상무에게 “사태 잘 수습” 지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증거 인멸 교사 혐의는 적용 안해
여 상무·국토부 조사관도 기소
“하기(비행기에서 내림) 최종 결정은 기장이 한 거 아니냐? 매뉴얼 숙지를 못해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게 뭔 죄냐? 잘못한 사무장이 사과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지난달 8일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조현아(40·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대한항공 객실승원부 여아무개(57·구속) 상무한테서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이날 국토교통부 조사 내용을 전화로 보고받고는 분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달 5일 미국 뉴욕발 대한항공 A380 항공기를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은 자신이 아닌 사무장과 기장의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대한항공 출신 국토교통부 김아무개(53·구속) 조사관의 협조로 박 사무장 조사에 동석했던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의 질책을 듣고는 “부사장님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자신이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음을 보고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사태를 잘 수습하라”고 재차 질책성 지시를 했고, 여 상무는 “지시하신 대로 수습하고 있다. 법 저촉 사항이 없도록 처리하겠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 상무의 ‘상황 보고’는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11일 전까지 계속됐다.
지난달 8일 ‘땅콩 회항’ 사건이 보도돼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데도 조 전 부사장 등은 적반하장식 태도로 사건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조 전 부사장은 사건 당시에도 박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 여 상무에게 휴대전화로 보낸 이메일에서 “콩 서비스 하나도 못하는 담당자를 문책할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7일 항공기 강제 회항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기내에서 20여분간 폭언·폭행 등 난동을 부려 항공기를 강제 회항시키고, 기내 안전을 책임진 사무장을 내리도록 강요한 혐의(항공안전법의 항공기항로변경·안전운항 저해 폭행, 강요 및 업무방해)로 조 전 부사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을 기소하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달 12일 국토부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고 △대한항공 차원에서 이뤄진 사무장과 일등석 승객에 대한 회유 등 조직적 진상 은폐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과 관련해 여 상무가 ‘진상 은폐 지시’로 받아들일 ‘질책’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 상무를 공무집행방해의 주범으로, 조 전 부사장을 이에 공모한 종범으로 봤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최초 보고서’ 등 물증 삭제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증거인멸 교사보다 공무집행방해의 형량(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더 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승무원들이 허위 시말서를 쓰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협박한 혐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최초 보고서 삭제와 컴퓨터 바꿔치기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은닉 및 강요,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여 상무도 기소했다. 여 상무에게 국토부 사고 조사 내용을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국토부 김 조사관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시민단체가 수사의뢰한 조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 무상 탑승 의혹, 국토부 공무원들의 항공기 좌석 승급 특혜 의혹 등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