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냥 망한 세대예요!” 20대 청년의 분노가 속사포 랩처럼 쏟아져 나왔다. 빚내서 집 사라고 권하는 사회, 취업이 어려운 사회, 산업화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자꾸만 옛날로 돌아가자는 사회…. 점점 희망이 사그라드는 우리 사회에 대한 그의 울분에 ‘선배’ 세대들은 “지금도 촛불집회 같은 데 가면 머리 허연 내 또래가 대다수더라”, “우리도 할 만큼 했다” 항변도 하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미안해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효창동의 한 카페에 남자 넷이 모였다. 스물셋, 마흔둘, 쉰둘, 쉰일곱(2014년 기준). 나이도 제각각, 직업도 제각각인 낯선 조합이다. <한겨레>가 광복 70년을 맞아 실시한 특별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를 좀더 깊이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각각 ‘삼포세대’와 ‘아이엠에프(IMF) 세대’, 그리고 ‘386세대’와 ‘긴급조치(긴조)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을 모아 대한민국의 현재, 미래를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20대가 전 세대를 통틀어 우리 사회를 가장 비관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이나 하듯, 20대의 목소리가 가장 매서웠다. 20대 삼포세대는 “지금은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끝나고, 개천마저 시궁창으로 변한 상황”이라며 그 책임을 50대 이상에게 돌렸다. 아이엠에프 시대를 통과하며 “너무 빨리 늙어버린 세대가 됐다”는 40대도 “(부모님 세대처럼) 막노동이라도 해서 식구들을 벌어 먹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며 불안해했다. 386세대는 그래도 미래를 낙관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긴조 세대 역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잘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