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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에겐 아직 150갑의 담배가 남아 있다”

등록 2015-01-04 19:15수정 2015-01-04 20:36

애연가들 ‘웃픈’ 생존전략 눈길
아직 가격 안 오른 ‘면세품’ 공략
고시촌엔 ‘300원’ 개비담배 등장
전자담배 판매는 대폭 상승
kimyh@hani.co.kr
kimyh@hani.co.kr
서울 동교동에 사는 이아무개(31)씨는 하루에 담배 한갑을 피운다. ‘작심삼일’조차 없는 애연가다. 이씨는 지난 한달 동안 사모은 담배 150갑을 여행가방 가득 담아두고 ‘월동’을 준비했다. 이씨는 “담뱃값이 올랐지만 아직 금연 생각은 없다. 그런데 모아둔 담배가 떨어지면 담배 끊을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면세점 담뱃값은 아직 인상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외국여행을 가는 친구들에게 담배 여섯 보루를 사달라고 부탁해 놨다.

담뱃값 인상을 체감하기 시작한 애연가들의 ‘각자도생’이 한창이다. 연말에 사놓은 담배가 떨어진 황아무개(32)씨도 외국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면세점 담배 구입을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필리핀 여행을 앞둔 비흡연자 김아무개(41)씨는 회사 동료한테서 ‘담배 셔틀’을 부탁받았다. 담배 한 보루 가격이 소매점에서는 4만5000원이나 되지만 면세점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1만9000원선이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는 개비 담배를 파는 곳까지 등장했다. 한 개비에 300원을 받는다. 주머니는 가볍고, 수험서 말고는 담배가 거의 유일한 ‘친구’인 고시생들의 발길이 잦다.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아직 값이 오르지 않은 ‘양담배’를 찾아 피우는 이들도 있다.

전자담배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떠밀려 이참에 담배를 끊겠다는 이들 중 우선은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이들이 많다. 서울 종로의 한 전자담배 판매업체는 평소보다 5배나 많은 전자담배를 팔았다. 충전액보다 본체를 새로 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업체의 한 직원은 “최근에는 하루 500만원까지 매출이 오르기도 한다”고 했다. 이 업체에서는 전자담배 세트(본체 2개+충전기)를 14만5000원에 판다. 일반적인 흡연량에 비추면 담배 한 보루(4만5000원) 정도에 해당하는 충전액(20~30㎖)은 5만~6만원 정도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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