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 ‘좌석 승급’도 수사 착수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건 직후 증거인멸을 주도한 여운진(57) 대한항공 상무가 30일 구속되면서 수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뿐 아니라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 간의 유착을 뜻하는 ‘칼피아’로도 수사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속된 김아무개 국토부 조사관을 비롯해 이번 사건 피의자 3명을 모두 구속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우선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31일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정황을 법원도 인정한 만큼 혐의 입증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고, 법원도 “사건 초기부터 혐의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영장 발부 사유에서 밝혔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여 상무와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들을 소환해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 이를 어떻게 보고받았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기소 단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의 처벌을 막으려고 대한항공 쪽이 급박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의 다른 직원이 처벌권에 들 가능성도 있다. 또 검찰은 국토부 김 조사관이 대한항공 쪽에서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과 관련해서도 처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검찰은 참여연대가 26일 수사 의뢰한 국토부 공무원들의 좌석 승급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김창희 서울서부지검 차장은 “통상의 절차에 따라 주임검사가 배당돼 수사에 착수했다”며 “다만 국토부 감사 결과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가 최근 3년간 자체감사를 통해 적발한 대한항공 좌석 부당 승급자가 35명에 달한다고 밝힌데다, 수사 의뢰까지 들어와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은 곧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에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처남 취업 청탁에 대한 고발이 들어와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문 위원장의 처남을 관련 회사에 취직시켜 8억여원의 이득을 안겼다는 내용이어서 대한항공 쪽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의 행위는 회사 법인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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