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준 군은 전국 9개 동물원의 동물복지 수준을 평가한 책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를 펴냈다.
청주 세광고등학교 최혁준군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펴내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펴내
충북 청주 세광고등학교 3학년 최혁준(18·사진)군은 어릴 적부터 동물이 좋아 동물원에 자주 갔다. 전국 동물원 수십곳을 30~40번씩 다녔다. 어머니 권유로 3년 전부터 자신의 블로그 ‘파충’(blog.naver.com/96spore)에 글을 썼다. 그의 블로그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블로그 글을 보강해 전국 9개 동물원의 동물복지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책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책공장더불어)를 이달 초 펴낸 최군을 지난 24일 만났다.
“파충류와 앵무새를 좋아해 여러 번 길러봤어요. 동물이 좋으니까 처음에 얘들은 어떤 삶을 사나 궁금해서 과학적으로만 접근했죠.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은 그 이후에 생겼어요.”
책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썼다.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대전 오월드 주랜드, 서울대공원 동물원,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나라, 에버랜드 주토피아,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 전주동물원, 청주동물원, 고양 테마동물원 쥬쥬를 두고 관람객 입장에서 동물복지 수준을 평가했다. 동물원 관계자와 사육사 등을 직접 취재하고 논문과 보고서, 단행본을 참고해 가며 공부하듯 책을 썼다. 최군은 동물복지와 관련해 ‘직무유기’를 하는 시설들이 있고, 일부 관람객들의 무지가 동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이 집필 배경의 하나라고 말했다.
최군은 “동물에 대해 알아갈수록 동물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 서울대공원의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비극은 최군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호랑이를 좋아하는 최군이 블로그에 올린 로스토프 동영상이 입길에 올랐다. 로스토프 안락사 논란 때문에 최군의 블로그는 전장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1년 한-러 수교 20돌을 기념해 한국에 선물한 로스토프는 현재 관람객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유폐’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이었어요.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사람이 그 생명을 거둘 수 있을까 질문했어요. 사건 이후 댓글로 토론하면서 동물과 사육사·관람객의 관계, 동물권과 인권의 균형을 더 깊게 생각하게 됐어요.”
최군은 말 못하는 동물들을 대변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다고 했다. “동물만 좋아한다고 손가락질을 받아본 경험이 많다”는 그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조언했다. “불편해도 내가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더 자주 알려야 해요.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이라도 동물에 대해 좀더 아는 사람들이 나서 주기를 동물들이 더 바라지 않을까요?”
최군은 올해 수시 합격을 기도하며 책을 썼지만 목표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최군은 책을 쓰느라 수능공부를 하지 못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동물과 인간 사이를 잇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최군은 새해 1월10일에 독자들과 함께 서울대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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