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으로 갑질 논란이 되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7일 낮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하면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미국 뉴욕발 A380 항공기 회항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3일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인 항공보안법의 항공기 항로 변경 혐의 등을 적용해 2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 혐의(법정형 징역 5년 이하)와 강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한 혐의(증거인멸 및 강요)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아무개(57) 상무의 사전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하기로 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항공기 안에서 사법경찰권을 가진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의) 폭력행위와 (총수 일가라는) 사적 권위에 의해 운항중인 항공기에서 퇴거됐다”며 “사무장 개인의 권익 침해는 물론, 항공기 내 법질서에 혼란도 발생했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관제탑이 허가한 경로로 이동하던 항공기의 항로를 무리하게 변경해 비행장 내 항공기 운항의 안전이 위협받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는데도,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동원돼 허위 진술과 허위 서류 작성을 강요하는 등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은폐하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항공기 항로 변경죄는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10년 이하인 중범죄다.
검찰은 여 상무가 피해자인 사무장 박창진씨와 여 승무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전후 과정을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통화 내역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파악했다. 하지만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지시 부분에 대해 한사코 진술 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단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뺀 채 조 전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추가 수사로 이를 입증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여 상무가 사건을 무마하지 못한 ‘책임’을 반성하며 조 전 부사장에게 보낸 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법은 29일께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의 영장실질심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박 사무장 조사 당시 여아무개 상무 등 대한항공 임원을 입회시켜 ‘유착 의혹’을 산 국토교통부 김아무개 조사관에 대해 국토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이 부분도 수사하기로 했다. 김 조사관은 여 상무와 수십차례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참여연대는 국토부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대한항공에 대한 부실한 초기 조사, 피해자 조사 시 대한항공 간부를 배석시킨 사실 등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승훈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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