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피의자 신분 소환
수사 초기엔 ‘불구속 의견’ 상당수
관련자 회유·진술조작 시도 드러나
“지위·부 악용 범죄 단호 대처”
총장 취임 1주년 소회 눈길
수사 초기엔 ‘불구속 의견’ 상당수
관련자 회유·진술조작 시도 드러나
“지위·부 악용 범죄 단호 대처”
총장 취임 1주년 소회 눈길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7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가시적 처벌권에 들었다. 사건 초기에는 화를 내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는 내용 정도가 알려져 소동 또는 난동 정도로 받아들여졌지만, 폭행·폭언과 증거인멸 혐의까지 불거지면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재벌 3세의 무소불위적 불법행동에 어떤 처벌 수위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검찰은 많은 승객이 탄 비행기를 ‘기업 총수 일가이자 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되돌려 안전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 중인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무단으로 내리게 한 행위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주변 조사는 거의 다 됐다고 보면 된다. 조 전 부사장의 소환은 ‘때가 돼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파악과 적용할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는 대부분 마쳤고, 사실상 마지막 단계로 피의자 소환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이어 사무장과 승무원 등 ‘피해자’에 대한 조사,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일등석에 타고 있다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목격자 등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형법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외에도 기내 폭언·폭행 등에 따른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승무원과 사무장을 밀치고 때린 폭행 혐의까지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을 소환해 국토교통부 조사 등을 앞두고 대한항공 임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진술 짜맞추기’에 관여했는지도 추궁할 방침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로 모아진다. 검찰 내에서는 수사 초기에 ‘구속수사할 필요성이 있겠냐’는 의견도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한 대한항공 쪽의 ‘최초 상황 보고서’ 내용,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진술, 일등석에 조 전 부사장과 함께 탑승했던 승객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더욱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기업이 힘과 지위를 이용해 관련자들을 회유하고 진술을 조작하려고 적극 시도한 점은 조 전 부사장 쪽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증거인멸은 시도만으로도 구속수사의 주요 사유로 꼽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결국 김진태 검찰총장의 ‘의지’에 달렸다는 말들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이런 면에서 김 총장이 지난 2일 취임 1주년에 밝힌 ‘소회’가 눈길을 끈다. 그는 당시 간부회의에서 “위법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치적 고려 없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남보다 많은 지식, 부를 가진 사람들이 이를 악용해 저지르는 범죄에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고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근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강석진 서울대 교수를 구속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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