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국제사회적경제포럼 리뷰
‘변화를 향한 연대’를 위한 바람을 안고 전세계 1000여명의 사회적 경제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였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은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이 지난 17일부터 3일간 서울시 일원에서 열렸다. 도시재생, 사회적 금융, 공유경제, 사회적 경제와 노동, 사회적 경제와 교육을 주제로 5개 기획세션과 18개 일반세션이 진행된 이번 포럼에선 지역사회 문제를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해결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일본 교토시, 폐가를 예술공간으로
‘지역사회와 공유경제’ 세션에선 서울시와 일본 교토시가 공유경제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소개됐다. 이계열 서울시 혁신기획팀장은 “과도한 경쟁이 낳은 인간 소외 문제와 불필요한 자원 낭비 등 서울시 현안 해결을 위해 2012년 9월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했다”며 “현재 서울시에서만 물건, 공간, 지식과 경험, 정보 분야에서 수백 곳의 공유 관련 기업이 창업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교토시의 경우, 심각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예술가들이 ‘히가시야마 공간예술 서비스’(HAPS)란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의 아시다테 사야카 국장은 “교토 지역 예술가들이 비어 있는 주거 공간을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고 전했다. 아키바 다케시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빈집 문제는 비단 교토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역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2014년 현재 일본 전체 가옥 가운데 빈집은 약 820만채인데 2030년에는 그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역사회에서 공유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과 연대라는 사회적 경제 개념의 도입이 필수”라며 “공유 개념의 이면엔 이미 사회적 가치 창출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지 돈을 잘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만으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강현숙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CCK) 사무국장은 지역 공동체 기반의 공유기업과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공유기업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수백억달러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에어비앤비와 우버택시를 산촌 마을공동체에서 귀농·귀촌 대상자에게 농기술을 가르치는 공유기업과 비교할 수 없다. 둘 다 공유기업이지만 경영의 목표와 사명이 다른 만큼 상호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협동조합과 소셜벤처 교육
‘사회적 경제와 교육’ 세션에선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이 집중 논의됐다. 해외 벤치마킹 사례로 ‘말레이시아의 학교협동조합 방문기’를 소개한 주수원 학교협동조합지원네트워크 연구원은 “말레이시아에서 학교협동조합은 단순한 실험이나 운동에 그치지 않고, 이미 높은 수준의 양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학생들 스스로 리더를 뽑고 타인과 소통·협동하며 자립성을 키워나가는 자치교육의 차원에서도 학교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학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종욱 서울시 의원은 “학교는 지식과 기술만이 아닌 삶을 배워가는 곳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기반을 만들고자 ‘학교협동조합 기본 조례’를 발의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고영갑 서울시교육청 교육재정과 사무관은 “학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관련 부서 신설과 예산 확보 등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청년 소셜벤처,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청년 소셜벤처의 현황과 발전 과제를 다룬 ‘청년문제, 사회적 경제로 풀어내기’ 세션에선 소셜벤처파트너스(SVP) 로나 프라이어 부국장이 청소년의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장려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직접 지역 내 비정부기관이나 소셜벤처 기부처를 선정하도록 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특정 사회 이슈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하고 지역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스스로 기부 가이드라인을 작성한다. 프라이어 부국장은 “아이들이 직접 이런 과정을 경험하며 사회적 경제 조직이나 비정부기관들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고, 미래의 기부자나 혹은 관련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소셜벤처파트너스는 서울을 포함한 7개국 38개 도시의 기부자를 중심으로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비정부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이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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