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식 무주천마사업단 대표
[짬] 무주천마사업단 성공 주역 조규식 대표
“남들이 어렵다고 포기한 작물 승부”
영농교본 없어 전국 돌며 시행착오 재배성공률 65% 이르자 정부도 지원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연 200억원 매출
지역 360 농가 합류 ‘무주 천마축제’도 무주에서 태어난 조씨는 18살 때 서울로 갔다. 30대 중반까지 호프집과 중국음식점을 했다. 그러다가 37살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병구완을 해야 했다. 고향 집에는 1000여평의 논밭이 있었다. 뭘 재배할까 고민하던 중 신문 광고를 봤다. 고소득을 보장하는 천마 재배법을 배우라는 광고였다. 고랭지 배추보다 수익이 좋았다. 마을 이장도 맡고 있던 그는 주민 27명을 설득해서 함께 강원도 춘천으로 천마 재배 견학을 갔다. 천마는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꼽혔다. 혈액 순환을 도와줘 뇌질환에 특효로 알려졌다. 피를 맑게 하고 노화억제 효능이 있어 고혈압, 당뇨에도 효능이 좋다고 한다. 특히 ‘에르고티오네인’이라는 노화억제물질은 천마에 버섯보다 30~40배나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공식 발표됐다. 그렇게 천마 재배법을 배운 조씨는 1992년부터 천마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재배가 어려웠다. 기생식물인 천마는 30㎝의 참나무 토막에다 뽕나무버섯균과 자마(子麻)를 땅속에 넣어 재배를 한다. 뽕나무버섯종균이 참나무의 진액을 빨아 먹고 자마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천마는 비료나 농약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재배로 해야만 한다.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인 천마는 잎과 잔뿌리도 없다. 처음엔 낙엽을 땅 위에 두껍게 깔아 양분을 주는 재배를 했지만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 포기했다. 지푸라기와 호밀을 깔아보았으나 종균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그는 아프리카 원산의 식물인 ‘수단그라스’를 바닥에 깔고 천마를 재배하면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단그라스가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마가 멀쩡하게 잘 자라다가도 수확하는 2년째가 되면 어김없이 말라죽는 바람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습니다. 원인을 몰라서 하늘만 쳐다보는 때도 많았어요.” 그런 사이 함께 천마 재배에 도전했던 이웃들은 모두 포기했다. 오직 조씨만이 외롭게 천마에 매달렸다. “재배에 성공만 하면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조씨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천마 재배 농가를 다 찾아다녔다. 변변한 영농교본이 없었기 때문에 선진 농가가 가르쳐준 대로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배 방식이 농가마다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차례 실패하면서 재배지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나절쯤 그늘이 지는 밭에서 천마가 잘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화학비료 성분이 남아 있는 토질에서는 잘 안된다는 것도 깨달았죠.” 마침내 재배 성공률을 65%까지 끌어올려 자신을 얻은 조씨는 정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본격적인 천마 생산에 들어갔다. 또 한약재였던 천마에 대해 식품 가공 허가를 받아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었다. 천마를 주원료로 가공한 천마원액류부터 천마분말, 천마환, 무주 천마라면, 말린 건천마, 무농약 생천마, 천마 막걸리, 천마 건빵 등의 제품을 만들어 한해 200억원어치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물론 포기했던 이웃들도 대부분 돌아와, 360여 농가에서 연간 700여톤의 천마를 생산하고 있다. 또 천마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무주 천마축제’는 8년째를 맞으며 이틀 동안 5천명 이상의 외지인들이 무주군 안성면을 찾는 명품 지역축제로 자리잡았다. 그는 천마 재배에 성공하면서 ‘농협문화복지대상’과 ‘임업부문 신지식인 농업인상’ ‘자랑스런 전북인상’ 등 상복도 터졌다. 조씨는 “무주 천마는 현재 전국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해발 400~600m의 산악지형과 고랭지, 마사토 등의 재배 여건이 천마 자생지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제 인삼 하면 금산이 떠오르듯이, 천마 하면 무주가 떠오르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무주/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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