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니 기운 솟고 덤으로 휴가까지”
한 소방관이 3년 전 약속했던 골수기증 서약을 지켜 꺼져가던 한 생명을 되살렸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강서소방서 화곡파출소의 안종하(37) 소방사는 2002년 9월 골수기증 서약을 했다. 퇴근 길 일하던 소방파출소 근처에 있는 헌혈의 집에 들러 헌혈을 하던 중 간호사가 간호사로부터 골수기증 서약을 권했고, 이미 십여 차례 헌혈을 한 바 있는 안 소방사는 골수기증이라고 뭐 다를 게 있나 싶어 망설임 없이 기증 서약을 했다.
그리고 3년 뒤, 안씨에게 골수기증자를 관리하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마침 조직 적합성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며 골수를 기증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었다. 서약을 했던 사실을 비로소 떠올린 안 소방사는 망설이지 않고 기증 의사를 밝혔다. 실제 기증이 서약하고 3년 뒤에야 이뤄지게 되었던 것은 기증자의 골수와 맞는 환자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기증자가 골수를 기증해도 그 골수를 이식받을 수 있는 적합한 환자는 2만명 가운데 한 명꼴일 정도로 드물다. 이렇게 기증받은 골수는 대부분 골수이식이 필수인 백혈병 환자에게 기증돼 생명을 살리게 된다.
안씨는 22일 수술을 받았고 다음날 무사히 퇴원했다. 안씨가 수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아내가 “수술하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냐”고 반대했지만 손을 잡고 설득해 아내로부터 “좋은 일 한다”는 격려까지 받으며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안씨는 “기증하지 않을 거라면 서약도 안 했을 것”이라며 “수술 덕분에 25일까지 특별휴가를 받게 됐다”껄껄 웃었다.
“내게 있는 골수를 나눠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니 얼마나 뿌듯해요? 돈 들이지 않고도 남을 도울 수 있는데 이보다 좋을 수 없죠.”
골수 기증은 서약을 하고도 막상 기증을 하게 되면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에 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안씨는 “혹시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3시간밖에 안 걸렸고, 아프지도 않아 생각보다 가뿐했다”며 “오히려 좋은 일했다는 생각에 기운이 솟는다”고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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