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가수 이승철씨의 입국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정식으로 항의했다.
외교부는 12일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불러서 안으로 들임)해, 이승철씨 입국 거부로 인해 우리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 유감의 뜻과 함께 일본 쪽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며 “(이씨가) 과거 여러 차례 일본 방문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독도 방문 직후인 현 시점에서 입국 거부된 것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본국에 전달하겠다”며 “이승철씨 입국 거부 사유는 독도와 무관하다. 다만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구체적 거부 사유는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입관법(출입국 관리 및 난민 인정법)상 ‘상륙 거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며 독도에서 노래를 불러 발표한 것이나 그런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철씨는 지난 9일 오전 부인과 함께 일본 지인의 초대로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출국사무소에 4시간가량 억류됐다가 풀려나 오후 항공편으로 귀국한 바 있다. 이씨 소속사는 일본 출입국사무소 직원한테서 “‘최근 언론에 나온 것 때문’이란 답변을 들었다”며 “8월에 독도에서 ‘통일송’을 발표하고,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한 표적성 입국 거부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 쪽이 이를 문제삼으려 하자 일본 당국은 20여년 전 ‘대마초 사건’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쪽은 사건 이후 일본을 15차례 드나들었음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입관법에는 일본 입국 거절 사유 가운데 하나로 일본 외 마약·대마초 관련법을 위반해 처벌받은 이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도 있다.
이씨 쪽은 항의의 의미로 지난 8월 독도에서 발표한 노래 ‘그날에’를 무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씨의 소속사 진엔원뮤직웍스는 “일본의 입국 거부는 독도에서 이 노래를 부른 데 따른 표적성 조치”라며 “오늘부터 누구든 무상으로 음원을 내려받거나 배포 및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부처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사실상 취소된 독도 입도지원센터에 대해서도 재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수 이승철씨가 독도가 한국 땅임을 홍보했다고 일본 입국을 거절당한 상황에서 정부의 조치는 부적절했다”는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의 질의에 대해, “(독도입도지원센터를) 백지화한 것은 아니고 몇 가지 문제를 검토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 고유 영토로 우리 국민을 위한 안전대피 시설을 세우는 것은 영토 주권의 행사에 속하므로 일본이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도에 세우기로 한 종합해양과학기지를 백령도로 옮긴 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이 장관은 “문화재위원회가 재고해달라고 요청해 위치를 재선정하는 과정에 있다”며 “독도 입도지원센터도 마찬가지로 이해해주시면 되겠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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