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뉴스AS] “구조 도왔다” 세월호 선원들의 ‘변명’, 법원은 이렇게 ‘반박’

등록 2014-11-12 16:44수정 2022-08-18 17:44

[뉴스 AS]
세월호 선원들의 해명…그리고 법원의 판단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에게 최장 36년에서 5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유가족들은 ‘터무니없이 가벼운 형’이라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한 걸까요, 아니면 여론이 무서워 선원들을 과잉처벌한 것일까요. 선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어떻게 해명했고, 법원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살펴보면 판단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디지털 한겨레>가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1. “일부러 승객을 안 도운 게 아니다” vs “고의 인정된다”

선원들에게 중형이 선고될 수 있었던 건 유기징역 법정 최고형인 30년을 선고할 수 있는 ‘유기 치사죄’가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유기 행위’의 ‘고의’가 인정돼야 합니다. 실수로 ‘유기행위’가 이뤄졌다면 유기치사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선원들이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고 집중 해명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선원들은 “진도VTS와 교신을 유지하며 구조 요청을 했고,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 ‘퇴선하라’는 등의 안내방송을 지시했다. 좌우현 구명뗏목을 펼치기 위해 시도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러 피해자들은 유기하려 했다면 저런 행동을 했겠냐는 항변입니다.

법원은 이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유기행위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세월호가 복원성이 좋지 않아 크게 기울어지면 복원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던 점 △1등 항해사 강원식씨가 해경에 구조 요청을 하면서 혼잣말로 “지금 바다에 빠져야 되나, 어쩌야 되나 모르겠네”라고 이야기한 점 △기관장 박기호씨가 기관부 근무자들에게 “즉시 기관실에서 탈출하라”고 지시한 점 △승객들이 추가 조치를 기다리며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즉, ‘배는 곧 넘어갈 것이고 지금 퇴선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고, 승객들은 우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았다는 뜻입니다.

2. “선장의 지시가 없었다” vs “지시 없어도 구조했어야”

선원들은 ‘윗선의 퇴선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관장 박기호씨는 “퇴선 명령은 고도의 판단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기관장에 불과한 제가 선장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6월10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첫 재판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지난 5월15일 승객을 두고 세월호에서 탈출한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6월10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첫 재판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지난 5월15일 승객을 두고 세월호에서 탈출한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법원은 이들의 선원 경력에 주목했습니다. 법원은 “(세월호에서 비상훈련을 받진 못했지만 선원으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안전비상상황 발생시 승객 구조활동을 해야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휴대전화나 선내전화로 승객 구호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물을 수 있는데) 묻지 않았다. 지시가 없어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기보다 구호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뜻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비상상황임이 명백한 때에는 선장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구호조치에 나서야 한다.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말라는 명시적인 명령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3. “해경의 승객 구조를 도왔다” vs “도왔지만 잘못 크다”

선원들 중 조타수 박경남씨와 오용석씨는 “세월호를 탈출한 뒤 해경 123정에서 객실 창문을 깨고 승객들을 꺼내는 구조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등 항해사 김영호씨도 “물에 빠진 학생을 건져 인공호흡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월16일 아침
4월16일 아침

법원은 “승객들의 구조를 위해 노력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박경남은 선원 중 가장 먼저 해경 경비정에 올랐지만 선내에 승객이 있다고 알리지 않았다. 오용석도 선내에 승객이 있다고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영호씨에 대해서는 “사무부 직원에게 무전기로 퇴선 지시를 전달했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다. 그런데도 선내 방송장치 등을 이용해 직접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무전기로 퇴선 명령을 거듭해 승객들이 이를 듣지 못하는 결정적 실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4. “이동하기 어려웠다” vs “이동하면 다칠까봐 망설인 것”

선원들은 배가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승객들이 있는 객실까지 이동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오전 9시37분께 선원들이 서로 손을 잡고 좌현 갑판으로 내려왔다. 그 이전에도 충분히 선내를 이동할 수 있었다는 뜻”이라며 “선내를 이동해 탈출에 성공한 승객도 있다. 이동이 불가능했다기보다 이동 시도를 하는 경우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두려워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5. “사고 하루 전 입사” vs “선원 경력 많아 구조 의무 알았을 것”

조기장 전영준씨는 “사고 전날 세월호에 처음으로 승선했다. 선원들의 침실과 승객들이 있는 구역이 분리돼 있어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타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전영준이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대기하고 있을 때 선원 중 누군가가 ‘승객들이 많이 탔는데...’라며 승객들을 걱정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견습 1등 항해사 신정훈씨도 “사고 전날 세월호 선원으로 채용돼 세월호에 처음 승선했다. 세월호의 구조와 비상시 임무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한다”면서도 “세월호에 승선하기 이전에 다른 여객선의 항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비상시 승객 보호 임무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6. “부상중이었다” vs “혼자 움직일 수 있었다”

조기수 김규찬씨는 “(배가 기울면서) 침실에서 굴러 떨어져 얼굴, 어깨, 무릎 부위에 부상을 입었다. 극심한 통증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견습 1등 항해사 신정훈씨는 “3월께 다른 배에서 근무하던중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쳤고 사고 당시에 정상적으로 걷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승객 구호 조치를 행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둘의 부상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김규찬씨에 대해선 “혼자서 좌현 갑판으로 내려온 뒤 해경 구명단정까지 직접 이동해 해경 123정에 탔다. 탄 뒤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움직였다”며 “김규찬을 치료했던 간호사 진술을 봐도 다른 생각을 전혀 떠올리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7. “탈출시켰어도 다 살지 못해” vs “수온·조류 감안하면 다 살 수 있었다”

선원들은 “적절한 구호 조치를 했어도 조류의 세기와 수온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모두 살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사고 당일 오전 8시48분께부터 오전 11시3분께까지 사고 해역 인근 수온은 12.6도였다. 수온 10~15도 사이의 경우 생존 가능 시간이 6시간 미만이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상당한 시간 동안 생존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전 9시께는 조류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였다. 오전 10시30분께까지 조류의 세기는 2노트를 넘지 않았다. 바다로 뛰어든 승객들은 큰 움직임 없이 떠 있었다. 조류에 떠밀려 흩어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가천대학교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에서 실시한 ‘가상 대피 시나리오’ 및 ‘탈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세월호가 52.2도 기운 상태에서 선실에 있던 승선원들이 탈출을 시작했다면 약 9분28초만에 탈출을 완료할 수 있다. 오전 9시26분께 선원들이 적절한 구호 조치를 시작했다면 3, 4층의 출입구가 침수될 때까지 약 20분의 시간 동안 세월호를 탈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8. “구할 의무 없었다” vs “구조는 선원의 당연한 의무”

다친 동료 조리원 2명을 그대로 둔 채 배를 빠져나와 살인죄가 인정된 기관장 박기호씨는 “이들을 구할 법률상·조리상(도의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구해야 할 의무’가 인정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해 법률상의 보호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은 선원의 당연한 의무이며 조리상의 의무”라고 판단했습니다.

9. “이미 숨진 걸로 알았다” vs “살았다고 알고 행동한 정황”

기관장 박기호씨는 “선원들에게 조리원 2명을 구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줄 알고 탈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씨는 “‘뇌진탕으로 완전히 쓰러져서 꼼짝을 안 합니다, 가버린 것 같습니다’, ‘머리가 터지고, 즉사했습니다. 아무 미동도 없어요’라는 보고를 받아서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박기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이 법정에선 ‘살아있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고 박기호가 ‘구명동의를 가져다주라’고 지시했는데 죽었다고 생각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박기호의 행위는 살인을 직접한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