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전국 41만명 담당 산업보건협 의사
전체 53명 중 34명이 70살 이상
특별검진 하거나 건강상담 주업무
“현장 갈 때 간호사가 모시고 가”
협회, 관리 노동자수 축소 정황도
전체 53명 중 34명이 70살 이상
특별검진 하거나 건강상담 주업무
“현장 갈 때 간호사가 모시고 가”
협회, 관리 노동자수 축소 정황도
300인 이하 사업장 4600여곳의 노동자 41만여명의 건강을 보살피는 대한산업보건협회 소속 의사(산업보건의)들 가운데 64%가 70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령 산업보건의는 91살이다. 산업보건의는 월·분기·반기 등의 단위로 사업장을 방문해 생산공정을 확인하고 건강영향평가와 건강 진단, 직업병 진단 등을 한다. 산업보건은 이처럼 ‘현장성’이 중요한데 고령의 의사들이 담당하게 해서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대한산업보건협회 현황’을 보면, 전국 17개 지역센터에 채용된 산업보건의는 모두 53명이다. 센터별로 3~5명 수준이다. 나이는 70살 이상이 34명(64.2%), 80살 이상은 16명(30.2%)이다. 산업보건의 5명이 418개 사업장 노동자 3만2900여명을 담당하는 충북센터에서는 91살 산업보건의가 현역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의사는 81살이던 2004년부터 산업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센터에서는 지난달 말까지 89살 산업보건의가 일했다.
산업보건의들의 고령화는 ‘오래된 현상’이다. 2011년에는 45명 중 70살 이상이 30명에 이르렀다. 2012년에는 50명 중 31명, 지난해에는 52명 가운데 29명이었다.
대한산업보건협회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근거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건관리 전문기관이다. 자체적으로 보건관리를 할 수 없는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위탁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동네 개인병원에는 진료와 처방을 하는 고령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산업보건의는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각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특수검진을 하는 등 노동자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 산업보건협회 지역센터의 한 직원은 “현장에 갈 때 고령 의사는 간호사가 ‘모시고 간다’고 보면 된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어하는 분도 있다. 건강 상담 과정에서 말을 오래 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산업보건협회 관계자는 “산업보건의 채용은 각 지역센터에서 하고 본부는 보고만 받는다. 지역에서 젊은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나이가 많은 의사들이 근무하는 지역도 있다. 나이가 많아 비상근 근무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산업보건의 연봉은 올해 기준으로 1억원 이상이 36명이다.
91살 산업보건의가 일하는 충북지역센터 관계자는 “나이가 많다고 일을 못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형식 보건의료노조 조직2실장은 “개인의 능력 유무를 떠나 나이가 너무 많은 의사라면 양질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산업보건협회가 위탁 관리하는 노동자 수를 축소한 의혹도 제기됐다. 장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산업보건협회 서울센터는 지난 6월 기준 3만9494명의 보건관리를 대행하고 있는데, 7월 감사원에는 3만4811명으로 축소 신고했다. 위탁받은 노동자 수가 3만5000명을 넘으면 추가로 산업보건의를 채용해야 한다. 장 의원 쪽은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축소 신고를 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서울센터 쪽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의 연령(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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