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공판에서 ‘억지 증언’
판사가 ‘어떻게 기억하냐’ 묻자
“알던 여학생과 이름 같아” ‘황당 발언’
판사가 ‘어떻게 기억하냐’ 묻자
“알던 여학생과 이름 같아” ‘황당 발언’
채동욱(55)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의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혼외자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을 ‘우연히’ 식당 화장실에서 듣고 간첩이 이런 소문을 퍼뜨린다고 생각해 뒤를 캐게 됐다는 억지 증언을 했다. 검찰은 이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주원(42) 국정원 정보관, 조오영(55)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조이제(54)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의 결심 공판에서 각각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송씨 등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송씨는 “지난해 6월 초 한 식당 화장실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채군의 이름과 학교·학년을 우연히 처음 듣고 (평소 알고 지내던)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확인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식당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이를 근거로 교육청 소속 기관장에게 확인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식당이 어디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간첩 등이 혼외자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생각해 이것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고, 이 때문에 정보조회를 부탁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주심 판사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잠깐 들었는데 어떻게 그 내용을 정확히 알고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채군 정보를 물었냐”고 묻자, 송씨는 “채군의 이름이 대학 때 알고 지낸 여학생 이름과 같아서 확실하게 알아들었다”고 답했다.
송씨는 지난해 6월7일~10일 유 교육장에게 전화통화와 문자로 채군 아버지의 이름 등 정보 제공을 요청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달 11일 서울 서초구청에서 김태희 오케이민원센터 팀장이 채군의 정보를 조회한 직후 1분18초 사이에 서초구청 비서실 일반전화로 김 팀장과 송씨의 휴대전화에 차례로 전화를 건 수·발신 내역이 드러나면서 송씨의 사건 연루 의혹은 더 커졌다.
이날 공개된 유 교육장의 진술 조서를 보면, 그는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출석요구를 받고 송씨에게 ○○초등학교(채군 학교) 문제 때문에 부르는 것 같다고 하니 송씨가 ‘나와 통화한 내용을 이야기하면 절대 안 됩니다. 앞으로 일절 전화하지 마십시오. 저희 회사(국정원)가 엄청난 어려움을 겪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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