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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수 암 수술 잘 됐다고 좋아했는데…”

등록 2014-10-19 22:10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환풍구 붕괴 참사 현장에 19일 낮 인근 상인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국화 화분을 가져다 놓고 묵념하고 있다. 성남/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환풍구 붕괴 참사 현장에 19일 낮 인근 상인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국화 화분을 가져다 놓고 묵념하고 있다. 성남/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40대 부부 산책 나섰다가 참변
외동딸 잃은 유가족 망연자실
희생자들 중 직장 초년생 많아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참사로 숨진 이들의 빈소에는 주말 내내 가족과 친지, 직장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는 부부 합동 빈소가 차려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정아무개(47)·권아무개(46)씨 부부는 산책길에 우연히 공연을 보다가 변을 당했다. 군 입대를 앞둔 20살 아들과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딸 둘만 남기고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은 남편 정씨가 일을 쉬는 날이었다. 18일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씨의 아버지(74)는 “쉬는 날이면 늘 찾아와 안부를 묻던 착한 아들, 싹싹한 며느리였다”고 했다. 아버지 정씨는 처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며느리라도 별일 없기를 바라면서 전화를 계속 걸었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원 미상의 주검’이 며느리 권씨라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정씨의 사촌 동생 노아무개씨는 “형수가 유방암으로 고생하다 최근 수술을 받았다. 형님이 수술이 잘됐다고 좋아하면서 ‘병원에 오랫동안 있었으니 바람이나 쐬자’고 해 나갔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현장 근처 영어교육 업체에서 일하던 강아무개(24)씨는 퇴근길에 공연을 보다 사고를 당했다. 안양 한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강씨의 이모(59)는 “조카가 오후 5시52분에 남자친구에게 카톡으로 포미닛 공연 사진 3장을 보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답장을 해도 읽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계속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씨는 어머니와 둘이 사는 외동딸이었다. 이모는 “대학 4년 내내 장학금 받고 졸업한 뒤 회사에 취직했다. 공연장이 바로 회사 앞이라 가방도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나갔더라”며 오열했다. 이날 강씨와 함께 공연을 보러 나간 김아무개(27)씨도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강씨처럼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 초년생이 많았다. 18일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손아무개(30)씨의 대학 친구와 후배 6명이 찾아왔다. 손씨 어머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한 후배는 “판교 근처 회사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희생자 정아무개(39)씨의 이모 이아무개(69)씨는 “4남매 중 결혼 안 한 막내딸이 부모한테 효도한다고 얼마나 예쁜 짓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19일 오전에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16명 가운데 처음으로 홍아무개(29)씨의 발인이 있었다. 사고 현장 근처 정보통신업체에서 일하던 홍씨 역시 동료들과 공연을 보다가 사고를 당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회사 동료는 “사회자가 공연 전에만 환풍구에 걸터앉아 있는 초등학생을 보고 내려오라고 주의를 줬을 뿐이다. 여럿이 같이 공연을 봤는데 홍씨만 환풍구 위에 있었다”고 했다.

성남/최우리 이재욱 서영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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