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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카톡 ‘사이버 망명’ 파장…피한다고 해결 안돼

등록 2014-10-13 19:56수정 2014-10-14 13:24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법인 다음카카오가 출범한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검찰이 본인의 카카오톡 대화와 정보를 압수수색 경과를 재구성해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법인 다음카카오가 출범한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검찰이 본인의 카카오톡 대화와 정보를 압수수색 경과를 재구성해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람&디지털] ‘사생활권’ 없이 민주주의 없다

검찰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 이후
국산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 급감
기록으로 남는 문자대화 내용들
빅데이터기술로 손쉽게 악용 가능
본질은 국가의 개인 사생활 침해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근본 해결책
“찝찝하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내가 나누는 카톡 대화야 본다고 한들 별 상관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문제가 되는 사람들의 걱정 아닐까요?”(이은승(가명)·33)

“이젠 카톡을 쓰지 말아야겠다 싶더군요. 딸에게도 혹시 잘못될지 모르니까 조심하라고 해요. 위축된다고 할까. 예전 휴대전화 문자로 돌아갔어요.”(성윤자(가명)·57)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불거진 뒤 ‘텔레그램’으로 옮겨 가는 사이버 망명이 이어지고 있다. 전병헌 의원이 지난 9일 랭키닷컴 자료를 바탕으로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산 모바일메신저 하루 평균 이용자가 9월 셋째 주 3063만명에서 넷째 주에는 2894만명으로 17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많은 이들이 망명길에 올랐지만, 여전히 다수는 카톡 등 국내 메신저를 쓰고 있다. 이씨와 성씨처럼 많은 이들에게 사찰은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권력의 감시로 인한 프라이버시 위기는 무시할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 망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에도 검찰이 광우병 보도 관련 수사결과를 밝히면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의 전자우편을 공개하자, 서버가 국외에 있어 압수수색이 어려운 구글 지메일로 전자우편 계정을 옮기는 경우가 잇따랐다. 구글은 돈 한푼 안 들이고 한국에서 막대한 홍보 효과를 얻고 사용자를 늘렸다.

텔레그램 망명은 지메일 망명의 모바일 버전인가? 여러 면에서 양상이 다르다. 늘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분신과 같은 통신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는 친근한 이 기기를 통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이들과 더 오랜 시간 세세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말과 달리 카카오톡은 기록되는 문자대화다. 고스란히 디지털 데이터로 남는다. 수사·정보기관 입장에서는 너무도 매력적인 자료다. 과거 땀 나게 뛰어야 얻어낼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 최근 검경의 자신에 대한 카톡 압수수색 내역을 폭로한 정진우(45) 노동당 부대표는 자신과 대화를 나눈 3000명의 개인정보와 대화 내용 등이 수집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이렇게 쌓이는 정보의 양이 크게 늘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29)씨는 “무서운 점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분류하는 프로파일링(개인의 정보를 모아 유형을 분류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비롯해 검색 엔진으로 찾은 항목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긴 생각은 빅데이터 기술로 손쉽게 가공할 수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정부권력이 이런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선진적인 기술을 앞서 선보인 바 있다.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31)의 폭로에 따르면 이 기관은 구글,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을 통해 수집한 민간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재적인 범죄자를 분류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디지털 사생활권 침해는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하다. 국내법은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민영 참여연대 변호사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과 압수수색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기한을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이후 30일 이내로 정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는 1~2년 동안도 당사자의 카톡 내용을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범위한 정보를 보는 데 비해 너무 안이한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디지털 감시는 그 자체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달리 사이버 세상의 감시는 네트워크 반대편 어딘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사용자 정보 보호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비밀채팅(프라이버시 모드) 기능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자신들에게 쏠리는 화살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를 대리했던 고문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남겨 논란이 되었던 “뭘 사과하라는 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하라는 건지?”라는 말이 이를 반영한다.

소비자들의 충격과 분노는 기업에 대한 비난과 서비스 탈퇴로 나타나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사생활 침입이다. 흉악범죄에 대한 수사 등 제한된 경우에는 허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 맞게 국가의 감시를 제한·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문제 있는 기업 제품에 대해 다른 제품으로 옮겨 가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시민으로서는 문제를 놔두고 피하는 격일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빅데이터 전문가는 “미네르바 사건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라도 표현 자유의 영역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련 발언 뒤에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사전에 시민들의 입을 막겠다는 건데,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놔두는 것이 맞느냐”고 말했다.

미 국가안보국에 의해 전자우편을 사찰당한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는 이를 비난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생활에 대한 권리가 없다면 표현과 의견의 진정한 자유는 없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민주주의도 있을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누군가의 사생활권이 침해되었을 때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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