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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 제3회 ④ 욕망의 끝

등록 2014-10-10 20:44수정 2014-10-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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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대하3부작 제3회-박인근 출소, 그 뒤
박인근은 복지 시설을 최소로 유지하면서 수익 사업을 다각화하는 운영 방식을 정한다. 1996년 5월7일, 박인근은 이사회를 열어 법인이 소유한 전 재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힌다. “현재 법인 소유 대지 총면적 43만6816㎡(13만2136평)로 시가 기준 전체 금액은 379억3717만7000원입니다. 주례2동 239번지에 수익용 레저센터를 건립할 부지 3305㎡(약 1000평)를 제외한 전 재산을 정리하여 사회사업에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목적용 재산과 실제적 수익성을 갖춘 수익용 재산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박인근의 의지는 1980년대부터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오가며 보고 배운 것에서 나왔다. 그는 복지법인과 별개로 호주에서 개인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사업비의 출처는 확인되지 않는다. 1995년 6월22일 비상장회사인 잡스타운(JOB’S TOWN PTY LTD)을 사들여 레포츠센터와 실외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회사가 소유한 부지는 2만3000평(7만9080㎡)으로 2013년 기준 공시지가는 220만달러(23억6000여만원). 박인근과 아내 임아무개(72), 딸과 사위가 돌아가며 대표를 지내다 2011년 1월10일부터 사위와 딸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사들은 물개 박수를 치는 허수아비였다. 박인근의 계획에 제동을 걸거나 비판하는 이사는 없었다. 1990년부터 2~3년 임기로 이사를 6차례 맡았던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복지법인을 잘 모르시네. 이사가 뭘 한다고요. 대표가 다 운영하는 거지. 나는 서울에 있고 1년에 몇 번 안 내려갑니다.”

1965년 형제육아원으로 시작돼 국가로부터 땅을 불하받고 정부 지원금으로 규모를 키운 복지법인은 박인근 개인 소유 재산처럼 운영됐다. 박인근의 아내 임아무개씨가 1985~2005년 시설 원장을, 사위와 아들이 번갈아 수익사업체인 사상해수온천의 사장을, 막내딸이 시설 직원으로 채용됐다. 법인 돈은 박인근 일가의 쌈짓돈이었다. 처남 임아무개씨가 목사로 재직 중인 호주의 ㅍ교회에 매년 약 1000만원씩 선교비 명목으로 흘러갔고 목사인 첫째 사위에게 선교비와 교재비로 2005년 약 1900만원이 보내졌다. 회계 장부에 드러난 단편적인 숫자가 이 정도다. 법인 돈으로 박인근 며느리의 산후 조리비, 가족들의 개인 이자가 지출됐다.

전 재산을 매각하려 한 박인근의 계획은 1997년 외환위기로 지연된다. 그러나 2001년 8월14일 보유 토지 가운데 주례동 239번지(2만9012㎡)를 223억7800만원에 ㅈ건설사에 매각하는 데 성공한다. 박인근은 사업을 확장했다. 2002년 1월4일 사하구 장림동의 대형 레포츠센터 건물, 2004년 1월9일 사상구 괘법동의 해수온천 건물(감정가 130억원)을 사들였다. 복지국가를 강조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선진화된 시설을 운영했다고 자부한 박인근은 새 꿈에 부풀었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선진국처럼 건강과 운동, 미용 산업이 발전할 게 틀림없었다. 2005년 3월에는 해수온천 건물을 3층에서 5층으로 증축해 찜질, 헬스, 휴게실, 황토방, 옥외 풀장을 만들고 장림동의 레포츠센터는 사업 종목을 바꿔 샘물 생산 공장을 설치만 한다면 당장 돈이 들어올 것 같았다. 2005년 8월30일 박인근은 임시이사를 소집해 사업 계획을 밝힌다.

“현재 리모델링하고 있는 사상온천은 수익성 높은 사업장입니다. 리모델링을 끝내고 개업만 하면 수입이 올라오고 자본을 얼마 들이지 않고 화장품도 생산 시판할 수 있습니다. 융자를 낸 다음 법인 재산인 땅이 팔리지 않는다 해도 이자와 원금을 갚는 것은 문제가 아니죠. 온천수를 수질 검사한 식약청은 해수온천으로서는 너무도 인체에 좋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고 하여, 영양크림 외 8가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식약청에서는 9가지를 지시하였는데 사업부 담당 기술자는 최고급 화장품, 치약·비누를 포함하여 13가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상온천에서 나오는 제품은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수입품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급 제품이라 장담하고 있습니다. 물은 염도만 제거하면 해수 안에 인체에 좋은 영양소가 있어 식수로 허가된다고 합니다. 물의 시판은 12월 중순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허가가 되면 대한민국 최초의 해수로 만든 물이 될 것입니다.”(이사회 회의록)

박인근은 사업을 벌이며 복지법인 소유 부지를 팔기 시작한다. 매매는 독특했다. 1987년 김용원 검사가 우연히 감금된 원생을 발견한 울산 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784번지 등 27만8164㎡는 2003년 2월 형제복지지원재단 이사인 이아무개와 첫째 사위의 누나 김아무개씨에게 공동명의로 팔린다. 함께 땅을 매입할 아무 관련이 없는 이들은 부산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39억원을 차입한다. 2006년 8월, 땅을 보유한 이 이사가 해임되자 2달 뒤 박인근의 첫째 사위 김씨가 삼정리 일대 부지를 모두 사들이며 60억원을 차입한다. 박인근이 명의 신탁한 부동산이었다. 박인근은 명의가 신탁된 이들의 종합소득세를 냈다.

밑바닥 끝까지 무너져 내리며 실패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다. 성공을 점치며 박인근은 사업 확장을 위해 돈을 대출했다. 2001년 과거 형제복지원 부지였던 주례동 산18번지를 매각한 돈 가운데 20억원을 부산저축은행에 입금하면서 김양 부회장(당시 부산상호저축은행 사장)과 인연을 만든다. 그에게 대출은 담배가게에서 담배 한 보루 사는 것처럼 쉬웠다. 복지법인의 재산 처분과 차입 허가를 해주는 사회복지 공무원? 그들은 쉬운 존재들이다. 돈으로, 인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간 부류는 어느 조직에나 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욕망을 채워주면, 그들이 나의 욕망을 채워주는 세상 이치를 박인근은 뼛속까지 알고 있었다.

2005년 4월21일 장기차입 50억원 허가를 한 차례 거절했을 뿐 부산시는 박인근이 내민 재산 매각, 수입 사업 계획, 장기차입 문건마다 도장을 찍었다. 부산시는 2005년 4월28일 정관상 사우나, 찜질방, 화장품 수익 사업을 인가했고, 같은 해 6월1일과 9월27일 사상해수온천을 증축하는 데 장기차입 15억, 30억원을 연이어 허락한다. 당시 장기차입을 허락한 윤아무개 사회복지과장 아들이 운영하는 ㅌ인테리어와는 수의계약으로 장림동 레포츠센터 리모델링 공사(21억7800만원·2007년), 사상해수온천 리모델링 공사(15억·2011년)를 맡긴다. 아동청소년담당관실에서 아동복지 업무를 담당한 황아무개씨의 남편 이아무개씨는 2010년 5월부터 그해 12월까지 형제복지원이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실로암의 집 원장으로 근무하게 했다. 2007년 12월28일 박 원장은 외환은행 주례동지점에서 당시 시청 보건과 최아무개 계장에게는 2000만원을 송금했다. 10년 가까이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했던 최씨는 2012년 퇴직한다. 최씨는 퇴직 이후 뒤늦게 송금 영수증이 드러나자 뇌물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했다.

공무원들은 박인근이 벌이는 재단 행사에 참석하며 인권 유린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형제복지원의 과거는 잊어갔다. 시민단체 사회복지연대 쪽이 제공한 문건을 보면 2007년 8월6~8일 재단의 장학생 수련회에 박인근이 2000만원을 송금한 보건과 최 계장, 부산시 정아무개 사회복지과 과장, 부산시 사회개발원 이아무개 회장, 부산시 사회복지과 김아무개 계장, 이아무개 부산시 사회복지 국장(2003년 부산 서구 부구청장으로 재직할 때는 회식자리에서 여기자 성추행 혐의로 대기 발령을 받았다) 등이 참석해 강의를 하고 20만원씩 받아갔다.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 전 시비에스(CBS) 부산지역 본부장 김아무개, 고신대학교 부총장 안아무개 등도 참석했다. 이들이 참석한 수련회에서 원생 수만명의 인권을 짓밟은 형제복지원의 과거를 미화하는 홍보영상 <종점에서 시발점으로>와 드라마 <탄생>이 방영됐다. 2001년 1월13일 박인근 막내딸 결혼식 축의금 목록을 보면 부산 사상구청장, 서구 부구청장, 부산 중구청 총무국장, 부산시청 사회복지과 공무원 4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빗장 풀린 욕망은 하늘로 날아가 발을 땅에 딛지 않았다. 박인근의 욕망은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사상해수온천을 리모델링한다는 명목으로 2005년 6월~2008년 6월 118억원을 차입한 뒤 뒤늦게 부산시에 장기차입 허가를 신청했다. 시는 2009년 4월6일 박인근이 내민 장기차입 신청서보다 대출 기한을 1년 연장해 2011년 12월까지 갚으라고 특혜를 줬다. “공시지가 기준 법인의 기본 재산은 237억307만8000원, 2009년 4월 현재 기준 채무는 118억6800만원으로 공시지가 기준 기본 재산 대비 채무 비율이 50% 수준으로 다소 높은 편이나, 실거래가격은 공시지가와 차이가 있을 것으로 판단함. 법인 이사회 의결 절차의 적법성, 채무상환 등을 통한 경영정상화 대책을 감안하여 허가 조치.”(부산시의 118억원 장기차입 허가 문건)

118억원은 무담보 신용대출로 진행됐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은 2009년 2월 외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뒤늦게 박인근에게 근저당 설정을 요구했다. 박인근은 사실상 근저당 설정을 진행하기 위해 118억원 차입을 받은 상태에서 부산시에 장기차입 허가를 신청했다. 118억원 대출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록, 법인 감정, 인감 증명서, 대출 서류조차 제대로 된 게 없었다. 부산시는 장기차입을 허가하며 사상해수온천 리모델링 및 소요 사업비에 대해 공인회계사의 회계 감사를 받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조건을 달았지만 박인근은 따르지 않았다. 까짓, 버티면 되는 문제였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박인근은 법인 재산을 도둑질했다. 장기차입을 신청하면서 법인의 기본 재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거짓말이었다. 쉽게 돈을 내주는 은행에 돈을 갚을 이유는 없다. 2009년 6~9월 부산 강서구 일대 법인 소유 토지를 21억4600만원에 매각하는 등 법인 재산을 팔아치웠지만 박인근은 이 가운데 14억5300만원을 빼돌려 셋째 딸의 의사 남편이 울산 달동 ㅇ빌딩을 매입할 수 있게 도왔다.

죄악으로 쉽게 쌓아올린 것들 위로 먹구름이 몰려와 폭우를 쏟아붓고 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내릴 내일의 몰락을 알지 못했다.

화수분처럼 돈을 토해내던 부산상호저축은행은 2011년 2월17일 갑자기 영업이 정지됐다. 영업이 정지되기 전날 저녁, 임직원들은 주요 고객(VIP)들에게만 사실을 알려 함께 돈을 찾았다. 다음날 피 같은 돈을 잃은 서민들은 닫힌 은행 문 앞에서 절규했다. 천문학적인 7조원대 불법대출과 분식회계, 횡령 등 혐의로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인근의 측근 김양 부회장, 박연호 회장 등 주요 임원 10명이 5월 구속 기소됐다. 나머지 임원 11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1970~80년대 감금, 살인, 성폭행, 노동 착취, 시신 유기, 미성년자 약취유인, 횡령, 인권 유린 등 세상 온갖 범죄가 깃든 형제복지원은 또다시 서민들을 파탄에 빠지게 한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의 중심에 선다. 박인근 일가의 대출 규모는 부산상호저축은행 법인을 제한 개인 대출자 가운데 가장 앞섰다. 2012년 10월9일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부산에 형제복지재단이라고 있습니다. 들어 보셨습니까? 이사장 박인근은 개인대출로 320억(박인근 117억, 사위 김아무개 127억, 김씨의 누나 79억)의 부당 대출을 받아요, 법인 대출 말고. 한 번도 이자를 안 냈는데도 지적을 안 받아요. 그래서 대출 담당자한테 왜 이러냐 그러니까 김양 부회장의 지시로 어쩔 수 없다 그래요. 법인 대출 합치면 575억입니다. 금융감독원, 2010년도 8번 현장조사 갔어요. 그 조사인력이 68명입니다. 그렇게 많이 조사했음에도 부산저축은행이 한 사람한테 320억 부당 대출한 것, 지적하지 않아요. 금감원의 많은 직원들이 징계 먹고 또 퇴직하면 저축은행 이런 데로 임원으로 재취업하고 도대체 감독을 할 수가 없지요. 오늘 아까 업무보고 할 때도 보니까 저축은행 탓만 하고 있어요, 저축은행 탓. 도대체 금감원은 지금 사건 터지기 전에 옛날에 부산저축은행에 팔십몇 명이 가서 뭘 조사하고 뭘 보고 온 거예요? 가면 눈을 감아 버리고 가면 귀 닫아 버리고. 답변을 좀 해 보세요.”

박인근의 건강이 악화되던 2011년 4월7일 아들이 법인 대표이사를 물려받았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의 채권은 아이비케이저축은행(옛 예솔저축은행)으로 넘어갔다. 8%였던 이자는 다른 은행에 채권이 넘어가면서 21%로 치솟았다. 박인근 일가의 사업은 넘실대는 이자의 파도 밑으로 침전해갔다. 118억원에 대한 이자는 연체이자가 75억원으로 불어나 총 채무가 203억원에 달했다. 채권자인 아이비케이저축은행은 사상해수온천에 대해 임의경매절차를 진행하면서 실로암의 집(한국감정원 평가 72억원)을 제외한 대다수 재산을 가압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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