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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 제3회 ② 투기적 인간, 박인근

등록 2014-10-10 20:37수정 2014-10-11 15:25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옛 형제복지원)가 소유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 ‘실로암의 집’(감정평가액 72억원)은 일반인이 걸어 올라가기 힘들 만큼 경사가 심한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 산133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2011년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뒤 유일하게 가압류되지 않은 법인 재산이다. 박유리 기자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옛 형제복지원)가 소유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 ‘실로암의 집’(감정평가액 72억원)은 일반인이 걸어 올라가기 힘들 만큼 경사가 심한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 산133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2011년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뒤 유일하게 가압류되지 않은 법인 재산이다. 박유리 기자
[토요판] 커버스토리
형제복지원 대하3부작 제3회-박인근 출소, 그 뒤
1990년대 세상이 바뀌었다. 복지국가 건설을 강조하던 전두환 정권 시절, 마구잡이식으로 사람을 잡아들이고 군대식으로 시설을 운영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던 박인근은 1990년대 경제와 부동산 투기에 눈을 뜬다. 1970~80년대 원생들을 이용해 봉제, 골재, 신발 장사 등으로 돈을 벌어 복지 왕국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저물었다. 산업의 축은 경공업에서 중공업, 전자, 서비스 산업으로 옮겨갔고 부산의 주류 산업이던 신발, 고무 공장은 1990년대 초부터 하향길을 걸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복지 사업가 박인근은 시대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교도소에서 2년6개월을 보낸 박인근은 1989년 7월20일 출소했다. 형제복지원은 그가 감옥에 있을 때도 변한 게 없었다. 박인근 대신 대표이사를 맡은 황아무개는 원생 1200여명이 벌어들인 임금 2억3667만원 가운데 수고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가로챘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대표이사 황씨는 1990년 10월30일 사임한다. 박인근이 출소하자 나머지 이사들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형제복지원의 시계는 박인근 출소와 함께 1987년으로 되돌아갔다. 울산 울주군에서 맞아 죽은 원생 김계원의 죽음을 신부전증으로 조작한 의사 정명국, 형제복지원의 관할 관청인 북구청 총무국장으로 박인근으로부터 6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아무개(검찰은 이들 간의 돈거래가 대여 형식으로 이뤄진 것은 밝혔으나 뇌물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다) 등이 부활해 1990년 11월 형제복지원(당시 법인명 재육원) 이사에 선임된다.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등을 지낸 이아무개씨가 실권 없는 대표이사 명함을 얻었지만 사실상의 대표이사는 박인근이었다. 1987년 인권 유린과 노동력 착취 등으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형제복지원이 과거로 돌아갈 때 부산시는 묵인했다. 1992년 12월, 박인근은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다.

부산 주례동 산18번지 형제복지원 일대에는 아파트 개발 붐이 불었다. 경제 성장과 함께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안정세를 보이던 토지 가격은 1987년 이후 상승했고,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서며 경제가 호황에 접어들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공약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는 1988년 8월10일 부동산 투기를 냉각시키려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1990년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1990년 땅값 오름세는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부산의 부동산 시장도 뜨거워졌다.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옛 형제복지원)가 소유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 ‘실로암의 집’(감정평가액 72억원)은 일반인이 걸어 올라가기 힘들 만큼 경사가 심한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 산133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2011년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뒤 유일하게 가압류되지 않은 법인 재산이다. 박유리 기자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옛 형제복지원)가 소유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 ‘실로암의 집’(감정평가액 72억원)은 일반인이 걸어 올라가기 힘들 만큼 경사가 심한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 산133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2011년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뒤 유일하게 가압류되지 않은 법인 재산이다. 박유리 기자
원생들이 만든 형제복지원 건물은 노후화돼 허물어져 갔다. 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아파트 신축 공사에 주목했다. 개인 자가용에 대한 소유 붐이 불던 1987년 울산 울주군에서 자동차 교습소를 지으려 했을 만큼 그가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은 꽤 적중했다. 울주군 자동차 교습소 공사 현장을 우연히 보고 수사를 시작한 검사 김용원만 아니었다면, 자동차 교습소 공사도 이미 성공적으로 끝났을 것이다. 박인근은 형제복지원 건물을 부수고 아파트를 짓고 싶었다. 1993년부터 형제복지원 부지 매각을 신청하지만 부산시는 별도의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가능하다며 불허했다.

부동산 투자는 역시 선거 타이밍을 봐야 한다. 주춤했던 부지 이전 문제는 1995년 6월27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나자 활기를 띠었다. 박인근은 부산시가 허가를 내기 전에 ㄷ건설사와 대지사용 승락 매입 약정을 맺었다. 1996년 6월25일, 매각을 불허하던 부산시는 시설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형제복지원에 부지 매각을 허락하는 특혜를 줬다. 당시 형제복지원 부지 합필 문제로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구속됐음에도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부산지검은 11일 부산 사상구청 지적과 직원 이아무개(32·8급)가 사상구 주례1동 구 형제복지원 땅 3000여평을 합필해주는 대가로 부산 금정구 구서동 84 경붕건축사 사무소 대표 김아무개로부터 1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김씨는 뇌물 공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19일 김씨로부터 욥의 마을 소유인 주례동 3필지를 1필지로 합병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합필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담당 과장과 계장 결재를 받아야 하는 만큼 1500만원을 주면 합필해주겠다’고 요구해 과장 전결로 합필해 준 뒤 돈을 챙긴 혐의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욥의 마을 측과 ㄷ건설주식회사에서 공동으로 짓기로 한 아파트 1200세대 설계 공모에 당선된 뒤 욥의 마을 대표 박씨 등으로부터 현재 수 필지로 분할돼 있는 대지를 1필지로 합병할 경우 아파트 세대수를 50대나 늘릴 수 있으니 업무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1996년 6월11일 <부산일보>) 그러나 이대로 끝날 박인근이 아니었다. 수사는 흐지부지 종료됐고 박인근과 복지 관피아들은 질기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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