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0일 부실한 세월호 구조활동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장 등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감독실태’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와 군 등 핵심 당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이들 기관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해경·소방방재청 등 징계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당시 구조활동을 총지휘한 김석균 해경청장에 대해 지휘·관리 책임을 물어 해양수산부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적절한 조처는 해임을 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석균 청장은 지난 7월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사고 수습이 끝나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감사원은 또 해상관제와 상황지휘 및 현장 구조 등을 부실하게 수행한 진도VTS 센터장, 123정장, 목포해경서장 등 해경청 관련자 4명에 대해선 해임을 요구했다. 특히 목포해경서장은 이번 감사에서 사고 당일 오전 9시3분께 사고 내용을 보고받고도 즉시 헬기 출동을 지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9시56분께까지 아무런 실질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다. 강병규 전 안전행정부 장관, 이경옥 전 안행부 제2차관에 대해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역할을 소홀히 한 점 등의 책임을 물으려 했으나, 지난 7월16일 사임했기 때문에 별도의 처분을 요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선박계약서 허위작성으로 청해진해운에 특혜를 주는 등 여객선 안전관리와 감독을 부실하게 수행한 해수부 관련자, 또 초동대응에 미숙했던 해경 관련자 등 50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관련자 59명과 13곳의 기관에 주의조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군은 빠져 이날 발표된 24쪽 분량의 보도자료엔 ‘청와대’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재난 대응 역량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됐다며 정부의 구조 실패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청와대에는 묻지 않은 것이다. 결국 청와대가 보고를 받아 대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셈이다.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지난 7월 세월호 감사결과 중간 발표를 하면서 “(청와대 관련 사안 등) 많은 의혹들은 전부 확인하기 위해 저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최종 감사결과에서 확인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청와대에 대해 ‘하루짜리’ 실지감사를 했을 뿐, 대통령 보고 내용 등은 열람도 못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 지난 7월 세월호 감사 중간결과 발표를 하기 나흘 전에는 감사내용을 청와대에 미리 보고하는 등 청와대에 대한 감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군의 역할에 대해서도 눈 감았다. 군 당국은 인적·물적으로 구조작업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해경보다 경험이 풍부한 구조요원을 갖췄음에도 뒤늦게 투입하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있다. 감사원은 “해군이 구조활동의 주된 역할을 맡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을 감사에서 제외했다.
감사원의 이번 최종 감사결과 발표 내용은 사실상 7월 중간결과 발표 내용에서 크게 추가된 것이 없다. 책임자에 대한 징계 내용과 향후 조치 등을 담는 정도에 그쳤다. 세월호 실체를 밝히기 위해 석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쪽은 “중간발표 이후에 새로운 감사를 한 게 아니라, 감사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중간발표 때 팩트(사실) 중심으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밝혔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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