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점박이꽃무지 애벌레로 만든 식품.
희점박이꽃무지 애벌레 국내 2호 식용곤충 인정
“앞으로 장수풍뎅이·귀뚜라미 등 식용 인정될 것”
“앞으로 장수풍뎅이·귀뚜라미 등 식용 인정될 것”
영화 <설국열차>를 보면 열차의 마지막 칸에 탄 최하층 사람은 신선한 음식 대신 거무튀튀하게 생긴 ‘프로틴바’를 주식으로 먹는다. 말이 좋아 식량이고 식품이지, 그건 사실 바퀴벌레를 갈아서 굳힌 덩어리다. 영화를 본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바퀴벌레를 먹다니!”라며 감독의 괴상한 상상력에 고개를 내저었지만, ‘곤충 식품’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요구가 곤충 식품 개발로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갈색거저리 애벌레’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가 국내 2호 식용 곤충으로 인정받았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면, 당장이라도 시장에서 이들 곤충 식품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도 메뚜기와 번데기, 말린 누에고치 등 세 곤충은 식품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들은 과학적 연구가 아니라 오랜 섭취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입증받은 사례라는 점에서 국내 1~2호 식용 곤충과 다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이규성 농업생물부장은 1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열린 식품포럼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의 제조 공정과 영양성분 분석, 독성 시험 결과 등을 제출해 9월30일 식품 원료로 한시적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한시적 식품 원료 인정을 받으면 곧바로 승인받은 형태·제품으로 식품 판매가 가능하다. 또 이 기간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일반 식품 원료로도 공식 등록할 수 있다.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오래전부터 초가지붕에서 채집되거나 일부 농가에서 사육해 판매하던 곤충인데, 주로 약으로 쓰였다. <동의보감>은 이 애벌레에 대해 “간질환 등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이 애벌레를 각종 통증 완화와 악성 부스럼 치료 등에 활용한다.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영양성분 면에서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꼽힌다. 수분을 제거한 이 애벌레 100g당 단백질 함량은 58g으로 가장 단백질이 많은 식품으로 꼽히는 닭가슴살(23~25g)은 물론 갈색거저리 애벌레(53g)보다 많다. 지방은 100g당 18g다.
이 부장은 “앞으로 국내에서 식품 원료로 한시적 인정을 받게 될 곤충 3호와 4호는 장수풍뎅이와 귀뚜라미가 될 것”이라며 “뿔이 멋있는 장수풍뎅이를 천연기념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은 대량 사육에 성공해, 문방구나 대형 마트 등에서 누구나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럼이 끝난 뒤 농촌진흥청은 참석자를 대상으로 식용 곤충 시식회를 열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희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성충과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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