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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귀엽다고 올린 그 사진…아이 사생활권 생각해봤나요

등록 2014-09-29 19:49수정 2014-09-29 21:24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을 찍고 공유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강조한 한 구호단체의 모금광고 화면(왼쪽 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아기들의 사진(오른쪽 위), 유명인과 자녀들이 출연하는 <문화방송>의 <아빠! 어디 가?>(아래). 인터넷 갈무리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을 찍고 공유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강조한 한 구호단체의 모금광고 화면(왼쪽 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아기들의 사진(오른쪽 위), 유명인과 자녀들이 출연하는 <문화방송>의 <아빠! 어디 가?>(아래). 인터넷 갈무리
[사람&디지털] 자녀 사진 SNS 공유 괜찮나

“평소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아 이 방면으로 공부도 하고 알아보고도 있는데 왠지 모를 허무감을 느낄 때가 많았죠. … 임종진 사진작가가 들려준 ‘장애인을 도와드렸는데 알고 보니 내 욕심이더라’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어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가난,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시선’이라는 주제로 국제개발협력과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과 구호단체가 만들어내는 아프리카, 특히 어린이들의 남루하고 연약한 이미지가 대중의 인식에 끼치는 영향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대학생 김지혜(24)씨 역시 구호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답답함의 이유를 이번 토론회에서 좀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종진 작가는 강연에서 경험담을 털어놨다. 어느 날 일에 쫓겨 급히 지하철역으로 향하다가 다리가 불편한 여성 장애인이 힘겹게 계단을 오르던 모습을 본다. 그는 장애인을 부축해 전동차까지 태웠으나, 쫓기는 마음에 빠르게 잡아끌다시피 했다고 한다. 문이 닫히던 전동차에서 그를 바라보던 장애인의 얼굴은 고마움과 당혹감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제3세계 아동에 대한 이미지 생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비영리단체 ‘아프리카인사이트’의 허성용 대표는 “아프리카에서 살아보면 지역마다, 순간마다 다채로운 모습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구호’를 위해 늘 굶주리는 한쪽 면만을 보여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에 의해 규정되는 이미지의 문제는 먼 아프리카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거의 모든 이의 손에 카메라 겸용 전화기가 들린 모바일시대의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인들과 나눠보자는 것이지만
몰래 찍어 공개하는 파파라치 비슷
사춘기 청소년들 상처받을 가능성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노출 위험도
찍히는 대상에 대한 존중 자세 필요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녀 사진을 올리고 공유한다. 주로 주변 지인들과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나누고 공감하기 위한 동기에서지만, 이는 생각지 못한 위험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지난해 <아빠! 어디 가?>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사들은 연예인·스포츠선수 등과 그들의 자녀가 함께 출연하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앞다퉈 선보였다. 아이들의 울고 웃는 천진한 모습은 과도한 연출과 억지 줄거리에 식상한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겼다. 무엇이 문제인가? 2살배기를 기르는 웹개발자 이헌택(가명·34)씨는 “파파라치와 유사한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방송 출연의 의미를 잘 모르는 상태다. 그런데 무작위 대중에게 노출되는 건, 유명인사의 일상을 몰래 찍어 공개하는 파파라치와 비슷하다고 본다.” 아역 시절 <순풍산부인과>라는 방송 드라마에서 ‘미달이’ 역을 맡아 대중에게 각인된 연기자 김성은(23)씨는 성장한 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미달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싶었”던 시절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아역 때 상업 미디어를 위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춘기 소녀에게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되어버린 경우다.

초연결사회에선 유명인뿐 아니라 누구나 예상치 못하게 대중의 가십거리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지난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녀 논란이 불거진 즈음, 카카오톡 등을 통해서 논란의 아이 사진이라며 한 초등학생과 그 주변의 사진이 무분별하게 유포된 일이 있다. 사건과 무관한 한 아이의 프라이버시가 무참히 짓밟혔다.

특히 온라인에 정보를 올리면 지인만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들에게도 접근 가능해진다는 것을 부모들이 알고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 5월에는 여러 아이들의 사진을 수집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댓글을 달아놓은 한 인터넷 카페가 발견돼 육아 커뮤니티에 충격을 던졌다. 문제의 카페 운영자는 어린이집 누리집 등에서 전체 공개되어 있는 아이 사진을 주로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어린이집들은 그를 경찰에 고발하고 뒤늦게 정보 보호를 강화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이 사진을 공개할 때 공개 범위 등에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이유들로 유럽의 경우는 아무리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 할지라도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미디어 노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추세다. 독일 베를린시 정부는 지난해 2월 한 민영방송이 시립병원에서 갓난아기의 탄생을 기록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려던 것을 막았다. 방송이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 해도, 이렇게 남긴 기록물이 태어난 아이의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업저버>는 지난 21일 “당신이 소셜미디어에 자녀의 사진을 올릴 때마다, 당신은 그들의 온라인 데이터를 늘리는 동시에 지속적인 위험도 함께 늘리는 것이다.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누구나 타인의 이미지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 핵심은 아동을 비롯해 찍히는 상대방에 대해 존중과 책임을 갖추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임종진 작가는 “산업혁명 시대에 사진이 각광을 받은 이유는 초상화 등으로 귀족이나 누릴 수 있었던 자기 기록의 호사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현대는 오히려 이미지가 과잉인 시대다. 사진을 필요에 따라 남기는 순간의 기록으로 함부로 찍고 공유할 게 아니라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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