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족집게 과외교사’로 속이고 자녀를 명문대를 보내주겠다며 갖은 방법으로 학부모에게 3억여원을 뜯어낸 과외교사가 붙잡혔다.
2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아무개(26)씨는 2001년 말 대전에 사는 김아무개(44)씨에게 “서울 소재 대학 휴학생이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활동하는 과외교사”라고 소개하며 고등학생인 김씨 아들의 과외교사가 됐다. 이씨는 김씨에게 “아들을 서울 8학군으로 보내 서울에서 성행하는 ‘족집게 과외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꾀어 김씨 아들과 서울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돈을 가로챘다. 이씨는 족집게 과외학원 등록금으로 고액의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1억3천만원을 받아 챙겼고, 매달 논술학원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200만~500만원을 받아 3년여 동안 모두 40여 차례에 걸쳐 3억여원을 챙겼다.
그러나 정작 김씨 아들이 받은 수업은 한달 수강료 15만원 안팎의 일반 학원 단과반 수업이 전부였고, 성적도 오르지 않아 결국 대학입시에 실패했다. 이씨는 수상하게 여긴 김씨가 이씨의 학적부를 조회해 출신 학교를 속인 것을 알아차리면서 꼬리가 잡혔다.
남편이 건축업자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부담감을 느낄까봐 입주교사인 이씨와 주로 연락을 하는 바람에 실상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김씨에게 받아낸 돈으로 3년 사이 5차례나 외제 승용차를 바꾸는 등 호화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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