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업시설 사전개방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자동계단을 타고 이동하며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시민에게 개방한 제2롯데월드 가보니]
“랜드마크” “싱크홀 가능성 없다”
롯데, 홍보영상물부터 보여줘
사전 예약 차량 700대만 주차 등
교통 방안 내놨지만 실효성 의문
롯데 “설문조사로도 의견 수렴”
“서울시의 개장 허가 책임 피하기”
토목전문가, 면피성 행정 비판
“랜드마크” “싱크홀 가능성 없다”
롯데, 홍보영상물부터 보여줘
사전 예약 차량 700대만 주차 등
교통 방안 내놨지만 실효성 의문
롯데 “설문조사로도 의견 수렴”
“서울시의 개장 허가 책임 피하기”
토목전문가, 면피성 행정 비판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최종 결정에 시민들 의견을 반영하기로 하고 6일부터 16일까지 시민 개방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해진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구경하는 것에 불과해 ‘사전 검증’이 아니라 ‘명분 쌓기용 사전 관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개장 허가 책임을 전문성 없는 시민들에게 돌리려는 ‘면피성 행사’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지난 6일 오후 ‘제2롯데월드 저층부 사전 개방 행사’는 ‘안전’보다 ‘홍보’ 위주로 진행됐다. 롯데 쪽은 ‘대한민국 랜드마크’ ‘바람과 지진에도 끄떡없다’ ‘싱크홀 발생 가능성 없다’는 내용의 홍보물부터 틀었다. 롯데 쪽 임직원 30여명이 동행한 저층부 3개 동(에비뉴엘동·쇼핑몰동·엔터테인먼트동) 개방 행사에서 시민들은 롯데가 지정한 동선을 따라 돌며 사진을 찍었다. 롯데는 에비뉴엘동에서 쇼핑몰동으로 이동하는 구름다리 위와 엔터테인먼트동의 극장 앞 등을 사진 찍는 장소(포토존)로 지정해뒀다. 지하에 변전소가 있어 안전성 논란이 있는 아쿠아리움 앞에 서자 한 직원은 “수족관에 테스트 물고기가 있으니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라”고 했다.
교통 대책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롯데는 사전에 예약한 차 700대만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고, 무료 주차와 주차 할인을 금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개장 뒤 30일 동안 하루 1000명에게 대중교통비를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행사에 참여한 강동구 주민 이만석(69)씨는 “예약 차량만 주차할 수 있다면 매우 불편하겠다”고 했다. 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우선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한 뒤 추가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제2롯데월드의 안전을 총책임지는 종합방재센터 방문도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 지하 매장 화재를 진압하는 가상훈련이 진행됐는데, 롯데 쪽은 “한 대의 자체 소방차와 소방인원 11명이 출동해 화재를 안전하게 진압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부터 진압 발표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 시민은 “실제로 불이 나면 소방차 한 대로는 어림없다”며 쓴소리를 했다. 직장이 잠실에 있다는 김종유(53)씨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관람 한 번 했다고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시민 개방 행사가 보여주기식 ‘관람’에 그치면서 판단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린 서울시의 결정이 애초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애꿎은 시민, 전문가를 참여시킨 검증단을 만들고 있다. 석촌동 동공, 롯데월드 일대 싱크홀과 지반 침하 문제 등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했는데 전문성과 법적 책임이 없는 시민들에게 최종 결정을 맡기는 건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최회균 협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른 연결 도로망을 확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교통량 평가를 했는데, 도로 확보가 되지 않은 현재 서울시가 서둘러 개장을 추진한다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방 행사에는 6일 1900명, 7일 2200명, 9일에는 오전에만 8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서울시와 전문가들은 그들대로 검증을 마쳤다. 이번 행사는 시민의 의견을 듣는 취지로 마련됐다. 설문조사로도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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