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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남경찰서 38년, 경제 큰손도 별들도 이곳을 거쳤다

등록 2014-09-09 20:32수정 2014-09-10 10:11

새둥지 마련하는 강남경찰서·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서울 강남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각각 새 둥지를 짓기 위해 잠시 짐을 쌌다.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말 옛 한국감정원 건물로, 광수대는 7월에 마포구에서 중랑구로 이사했다. 진화하는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 ‘에이스’ 형사들의 집합소 광수대, 돈과 사람이 모이는 강남의 낮과 밤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대표 경찰’ 강남경찰서의 명암을 짚어봤다.

재건축 위해 인근 임시청사 이전
2016년 새 건물 지어 입주 예정

물 좋고 돈 많은 ‘사건사고 1번지’
조폭·연예인 사건 등 끊이지 않아
비리 유착 경찰 스캔들도 심심찮아

서울 강남경찰서 정문 앞에는 ‘대한민국 대표 경찰’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최근 종영한 텔레비전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강남경찰서가 배경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드라마 세트와 달리, 대치동 노른자위 땅에 자리잡은 강남경찰서 건물은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38년짜리 노후 건물이다.

1976년 12월20일 문을 연 강남경찰서가 근 40년 만에 환골탈태에 들어갔다. 지난달 21~25일 길 건너편에 있는 옛 한국감정원 건물로 이사를 마쳤다. 기존 건물은 12월에 철거되고, 그 자리에 지상 7층, 지하 3층 규모의 새 청사가 들어선다. 강남경찰서는 2016년 10월 신축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강남서 38년’은 서울 변두리였던 이곳이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올라서는 ‘강남 개발사’와 고스란히 겹친다. 돈이 몰리자 범죄도 늘었다. 유흥업계를 지배하려는 조직폭력배들도 창궐했다. 연예기획사를 차려도 될 만큼 많은 연예인들이 각종 사건 사고로 이곳에 들렀다. ‘변두리 경찰서’는 어느새 기자들의 특종 경쟁이 벌어지는 주요 출입처로 자리잡았다.

허허벌판이던 강남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던 1970년대 말~80년대 초에는 부동산 투기 관련 사건이 잇따랐다. 1982년 개포동 아파트 투기가 과열현상을 보이자 강남경찰서에 ‘투기 전담반’이 편성되기도 했다.

부촌이 형성되면서 범죄 발생도 잦아졌다. 1985년 서울지방경찰청 통계를 보면, 이미 서울지역 강도사건 1961건 중 강남경찰서 관할에서 발생한 게 237건(12%)으로 23개 경찰서 중에 가장 많았다. 강동경찰서(1978년)와 서초경찰서(85년)가 신설되면서 관할 범위가 줄었지만, 늘어나는 사건을 감당하기 어려워 1989년 강남경찰서 형사계가 2개로 늘었다. 이후 송파경찰서(1990년)와 수서경찰서(98년)가 새로 만들어지며 관할은 더 줄었다.

1991~2003년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한 박학동 송파경찰서 경제팀장은 96년 부유층을 상대로 한 ‘막가파’ 사건을 수사했다. 박 팀장은 “1990년대 중후반 강남서에 강력사건이 많이 몰렸다. 수서경찰서 개서 전이라 관할 구역도 넓어 사건도 많았다. 하지만 분당과 일산 등 새도시가 개발되면서 (강남에 몰리던) 사건이 차츰 줄었다”고 했다.

‘물 좋은’ 강남은 지금도 범죄가 많다. 8월 기준 강남경찰서 관할 유흥업소는 761개, 숙박업소는 160개에 이른다. 대형 유흥업소와 숙박업소에 터를 잡은 조폭들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것이 강남경찰서 형사들의 말이다. 대기업 본사나 대형 매장이 많아 교통량과 유동인구도 많다.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강남경찰서 서장으로 근무한 김기출 강원경찰청 차장은 “타 지역보다 형사사건이 2~3배 많아 업무 강도가 세지만, 강남서 형사들은 ‘국내 1번지’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강남 스타일’을 선도하는 연예인들도 강남경찰서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다. 폭행, 음주운전, 마약으로 강남경찰서를 거친 이들은 많다. 가수 ‘디제이디오시’의 김창렬·이하늘·정재용, 가수 김성수, 강인, 이지훈, 권인하, 닉쿤, 영웅재중, 박지윤, 에이미, 영화배우 정우성 등이 거쳐 갔다. 최근에는 폭행 사건이 불거진 서세원·서정희씨 부부, 협박을 당했다며 수사를 의뢰한 영화배우 이병헌씨가 있다.

경찰에서 이곳을 거친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현 서장을 제외한 역대 서장 33명 가운데 이무영(7대), 이팔호(12대) 서장이 경찰청장(치안총감)에 올랐다. 또 치안정감 6명, 치안감 9명, 경무관 2명이 나왔다.

하지만 돈 많은 곳이라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1992년 강남경찰서 형사들의 유흥업소 비호 사건이 터지자 형사들에 대한 정신교육이 실시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서울경찰청이 유흥업소와의 유착을 끊겠다며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을 큰 폭으로 물갈이했다. 2012년에는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와 경찰관들이 연루된 ‘안마 스캔들’이 터지기도 했다. 7월에는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강남서 사이버수사팀장 출신 브로커가 현직 경찰관들에게 분양 사기 피의자를 잘 봐달라며 억대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강남경찰서 현직 간부는 “강남서 수사의 ‘메인’은 경제 수사다. 한 달에 처리하는 경제사건이 40건가량 된다”고 했다. 그는 “경찰 선배가 ‘밥 한번 먹자’고 해서 나갔더니 내가 맡은 사건과 관련해 청탁을 했다. 지금도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며 강남서 경제팀을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처신을 잘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700여명이다. 경찰 한 명이 담당하는 구민은 284명이다. 강남경찰서 경무과 김태형 경사는 “강남서는 치안 수요가 많아 다른 서에 비해 지원율이 높지 않다. 대신 다른 경찰서에 비해 젊은 경찰관이 많이 근무한다. 작은 사건도 관심이 크게 몰리는 곳”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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