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앙금 빼고 찹쌀떡 다시 사용
해고된 종업원들 고발로 드러나
법원, 업주에 1000만원 벌금형
언론 타고 ‘안심먹거리’ 상도 받아
해고된 종업원들 고발로 드러나
법원, 업주에 1000만원 벌금형
언론 타고 ‘안심먹거리’ 상도 받아
이아무개(54)씨는 서울에서 9년째 제과점을 한다. 이씨 가게의 대표 상품은 찹쌀떡이다. 자체 제조공장에서 밤과 호두를 넣은 달달한 팥 앙금을 만든다. 찹쌀로 만든 쫀득한 떡까지 더해져 이씨의 찹쌀떡은 유명세를 탔고,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특히 명절 때면 선물 등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관련 기관이 주는 ‘안심먹거리’ 표창도 받았다.
그런데 이 집의 찹쌀떡 가운데 일부는 유통기한(하루)이 지난 떡을 사용한 것이었다. 팔리지 않은 떡은 다시 제조공장으로 돌려보냈다. 공장에서는 포장지를 뜯고 팥 앙금만 떼어내 버렸다. 앙금을 감싼 떡은 다른 찹쌀과 섞어 다시 쪄냈다. 이런 식으로 재사용된 떡이 한 달에 120~200개 정도. 2009년 6월부터 5년 가까이 1만여개의 찹쌀떡에 유통기한이 지난 떡이 사용됐다. 해마다 100원씩 가격을 올린 이 찹쌀떡은 현재 1개에 1400원에 팔린다.
지난 2월 제과점에서 해고당한 종업원 2명이 떡 재사용 사실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곽윤경 판사는 지난달 13일 식품위생법 위반죄로 이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떡의 재사용은 불법이 분명하지만 먹어서 탈이 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떡 재사용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요리연구가는 4일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떡은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다. 포슬포슬한 백설기의 경우 재사용할 때 콩이나 팥을 넣어 새로운 떡을 만드는 식으로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 떡집을 운영했던 이는 “물을 담은 대야에 안 팔리고 남은 떡을 푼 다음에 그 떡을 다시 찌는 떡집이 꽤 된다. 가장 맛있을 때 안 팔렸을 뿐 못 먹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버리기 아까우니 그런 방식으로 재사용한다”고 했다.
여러 날 동안 냉동실에 보관해둔 떡도 먹을 수는 있다. 그러나 판매를 목적으로 할 때는 불법이 된다. 식품위생법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사용해 제조·가공·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과는 “떡의 유통기한은 제조자가 설정할 수 있지만, 보통 식약처의 권장 유통기한에 따라 실온에서 하루를 유통기한으로 친다. 만약 유통기한을 하루 이상으로 정하려면 식약처가 지정한 위생검사기관을 통해 유통기한을 늘려도 괜찮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3일 제과점에서 만난 이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빴다. 그는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니 재사용해도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 앞으로는 유통기한이 지난 떡을 재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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