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안보관련 단체, 석촌오후 옆에 플래카드 걸어
50여명 집회 열고 “누가 봐도 인공동굴이자 남침동굴”
50여명 집회 열고 “누가 봐도 인공동굴이자 남침동굴”
싱크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지하차도 부근에서 발견된 동공이 북한이 뚫은 남침용 땅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나왔다. 이들에게는 시민 안전 문제가 안보 문제로 달리 해석된 셈이다.
20일 제2롯데월드 개장 반대 플랜카드가 걸린 석촌호수 옆에 또다른 플래카드가 걸렸다. 노란색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깨어라 일어나라. 땅굴을 찾아 파괴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후 2시20분 땅굴안보국민연합, 남침땅굴을찾는사람들, 남침땅굴대책위원회 등의 이름을 내건 단체들이 주최하고,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구국채널, 예수복음세계전도단 등 20여개 단체가 참여하기로 했다는 ‘남침땅굴확인촉구시민대회’를 알리는 플래카드였다. 집회에 나온 50여명의 회원들 중에는 60~70대 노인이 많았다.
참석자들은 ‘땅굴인가, 지반침하인가? 국민은 그것이 알고 싶다’, ‘서울 도심의 길이 80m 동공이 지하철공사 때문이라고.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핵무기보다 무서운게 무엇인가? 북괴의 땅굴 아닌가!’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석촌지하차도 밑에서 지난 13일에 발견된 길이 80m, 넓이 7m, 높이 5m의 동공이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봐도 인공동굴이자 남침동굴”이라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 중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잘못 사용한 공법때문이라는 서울시의 조사 결과도 믿지 않았다. 길이 80m의 아치형 천정, 수직벽으로 된 동굴 형태는 사람이 일부러 만들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앞서 돌린 보도자료에는 ‘박원순은 간첩인가’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이들 단체는 ‘다우징’이라는 방법으로 땅굴을 찾아 왔다고 했다. 집회를 주관한 예비역 공군 소장 출신인 한성주(60) 땅굴안보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엘(L)자로 생긴 막대를 들고 땅굴 위에 가면 땅굴 위에서 막대가 벌어진다. 막대가 벌어진 폭을 보고 땅굴의 크기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맥을 확인하는 방법과의 차이점을 묻자 한 대표는 “땅굴을 찾는다고 마음을 먹으면 막대가 땅굴에만 반응한다. 아직 석촌지하차도 옆 동공을 조사한 적은 없다”고 했다.
집회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을 규탄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한 대표는“이번에 동공을 발견한 것은 하느님이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라고) 준 선물이다. 이 선물을 잘 활용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땅굴을 파괴하라고 할 때까지 이 모임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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