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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고나면 또 싱크홀…“땅 꺼지지 않나” 주민들 불안 증폭

등록 2014-08-19 20:08수정 2014-08-20 15:35

2010년 이후 서울서 싱크홀 13개
그중 11개가 한강 이남서 발견
석촌동 주변은 부동산 영향 조짐
인접 주민들 “시간 걸려도 돌아가”
진상조사위 구성 등 요구 쏟아져
5일 낮 12시1분께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도로에서 가로 1m, 세로 1.5m, 깊이 3m 크기의 싱크홀이 생겼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5일 낮 12시1분께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도로에서 가로 1m, 세로 1.5m, 깊이 3m 크기의 싱크홀이 생겼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근처 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지은(29)씨는 출근할 때마다 싱크홀 주변을 지난다. 이씨는 19일 “발아래에 그렇게 큰 구멍이 있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땅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동료 선생님들과 자주 한다”며 불안해했다.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중인 석촌지하차도 밑에서 대형 싱크홀과 동공(빈 굴)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땅꺼짐 현상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증폭되고 있다. 초등학교와 아파트, 빌라 등이 밀집한 주거지역이기도 한 송파구 석촌·잠실·송파동은 백제고분로를 따라 지하에 건설중인 지하철 9호선 예정지이거나 이와 인접해 있다. 이 지역은 석촌호수와 초고층 제2롯데월드를 머리에 얹고 있다. 하루에 450t씩 빠져나가는 석촌호수 지하수 유출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에 대한 불안감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공사가 연약지반인 잠실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건설사와 서울시 모두 안전에 대한 확실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지역 도로에서 발견된 대형 싱크홀(길이·너비 각 2m 이상)은 모두 13개로, 이 가운데 11개가 한강 이남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이달 들어 석촌동 일대에서만 대형 싱크홀과 동공이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달 들어 5일 석촌지하차도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8일까지 2주 사이에 6개의 동공이 추가로 발견됐다. 7개의 싱크홀과 동공 가운데 13일 발견된 동공은 길이 80m, 너비 5m, 높이 4.2m에 이르는 초대형이다.

땅이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은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석촌동에서 15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ㄱ부동산 대표 조아무개(65)씨는 “땅속에 그렇게 큰 구멍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한테서 ‘아파트값 안 떨어지겠느냐’는 문의전화가 온다”며 불안한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조씨는 “구멍이 어디까지 뻗은 건지 모르겠다. 자식들, 가족들 죄다 송파구에 사는데 불안하다”고 했다.

주민 최아무개(68)씨는 지난 5일 아파트를 팔았다. 부동산에서는 그에게 “운이 좋았다”고 했다. 최씨는 “집을 팔기 전에 주변에서 ‘살기에 불안하지 않으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중개업소 말이 ‘싱크홀 때문인지 요즘에는 집을 알아보는 문의도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인접 지역 주민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강동구에 사는 신아무개(33)씨는 평소 일 때문에 잠실 지역을 자주 지나다녔다. 신씨는 “싱크홀 소식을 접한 뒤로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빙 돌아서 간다”고 했다.

주민들은 서울시에도 책임을 물었다. 대형 토목공사를 서울시가 제대로 관리·감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씨는 “뉴스를 보면 잘못된 공법이 원인이라고 하더라. 주민들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건설사를 관리하는 서울시는 뭘 한 거냐”고 따졌다. 세월호 사건을 겪고도 말만 무성할 뿐 재난 가능성에 대한 대비에는 여전히 소홀한 서울시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민 김선혜(32)씨는 “잠실은 주민도 많고 유동인구도 많은 지역이다. 사고가 일어난 뒤에 안전점검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건 이제 다 알지 않느냐. 서울시가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송파구 석촌동 주민 20여명은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싱크홀은 발생 시간과 지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석촌동 현장대책사무소 설치,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싱크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송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이상징후에 대한 철저한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이 최우선으로 돼야 하며, 시민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없다면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우리 김규남 이재욱 이지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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