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평가·면담 기록 ‘널뛰기’
병사 관리 구멍 다시 드러내
병사 관리 구멍 다시 드러내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1) 일병 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아무개(26) 병장은 여러 차례 복무적합도 검사와 지휘관·간부 면담을 거쳤지만 평가가 오락가락하면서 그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군은 관심병사 제도 등으로 사고 위험성에 대비한다고 했지만, 다시 한번 형식적 상담과 관리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윤 일병 사건 수사기록을 보면, 이 병장은 3차례 복무적합도 검사를 받고, 지휘관·간부 면담도 여러 차례 했다. 19개월간 간부들이 판단한 이 병장의 ‘성향’은 ‘양호→폭발 행동 가능→양호’로 널뛰었다.
이 병장은 2012년 9월 입대 당일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학창 시절 친구와 싸운 일을 적어 냈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병장은 지난해 1월 적성검사에서 별도의 면담과 조처가 필요한 ‘특수척도’ 판정을 받는다. 최초로 배치된 부대에서 나이 어린 선임병들의 잦은 폭언과 ‘집합’(후임병들을 모이게 해 괴롭히는 것)을 간부들에게 알렸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힌 뒤 현재의 부대로 옮긴 직후였다.
당시 군은 ‘순응성’ 항목에서 “사소한 자극에 불쑥 화를 내거나 폭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 병사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에 유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휘관들 “이 병장 성실”…윤 일병 사망 직후엔 “자기 멋대로”
‘군 적응’ 항목에서도 “우울감, 좌절감, 소외감, 무력감을 느끼며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해 비관적이다. 심리 상담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화나 분노감을 조절하지 못하고 공격적이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진단을 내리고도 ‘심리 상담 및 지원’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대는, 그러나 5개월 뒤 세번째 복무적합도 검사에서는 이 병장에게 모든 항목에서 ‘양호’ 판단을 내린다. 이후 10차례 면담 기록에서도 이 병장의 충동적 성격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그런데 윤 일병 사망을 전후해 이 병장에 대한 지휘관의 판단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7월 직속상관인 본부포대장 김아무개 중위는 “더 책임감 있게 임무 수행하려 노력하고 항상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윤 일병이 숨지고 1주일 뒤인 4월13일에는 같은 본부포대장이 헌병대에 제출한 ‘지휘관 의견서’에서 “의무병들에게 큰 신뢰감이 없고, 간부에게 보이는 행동거지는 물론 병력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을 보유. 나이가 많고 자기 멋대로 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또 “(이 병장이) 군법대로 처벌받기를 원함”이라고 썼다. 병영 관리 실패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상담 전문성이 떨어지고 병사들 인권에 무신경한 군 간부들의 나태함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년간 병사들을 관리해 온 현직 육군 부사관은 “신병의 경우 돌발행동 가능성만 따져 본다. 적성검사도 사실상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안 좋게 나온 것만 주의 깊게 보려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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