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방한 앞두고 관심·기대 ‘후끈’
강정마을·밀양·쌍용차 등 약자들
교황의 연대와 위로 메시지 기대
세월호 순례자 십자가 전달 계획
기업·지자체는 ‘교황 마케팅’ 분주
와인·책·여행 등 관련 상품 내놔
강정마을·밀양·쌍용차 등 약자들
교황의 연대와 위로 메시지 기대
세월호 순례자 십자가 전달 계획
기업·지자체는 ‘교황 마케팅’ 분주
와인·책·여행 등 관련 상품 내놔
말 그대로 ‘프란치스코 현상’이다. 지난해 3월 즉위 뒤 순식간에 ‘지구촌 슈퍼스타’가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사회의 교황 맞이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에게서 사회적 갈등의 해법을 찾으려 하고, 기업들은 25년 만에 찾아온 교황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막힌 곳 뚫어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입국해 18일 떠난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미사, 100만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이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식, 18일 명동성당 미사에서 보여줄 교황의 행보가 특히 관심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인 김학일, 이호진, 이아름씨는 십자가를 짊어진 채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이어지는 750㎞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 가족들은 이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7월25일에는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인 강우일 주교가 서울 광화문광장 천막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는 유가족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시민사회도 교황이 시복식과 미사 등을 통해 제주 강정마을(해군기지), 경남 밀양(송전탑), 쌍용차 해고자 등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황의 언급이 실질적 해법이 될 수는 없더라도 여론 환기와 든든한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비를 책임진 경찰 등은 일부 단체가 교황 방문을 자신들의 입장을 홍보하는 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길명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는 31일 소통 부재가 ‘교황 현상’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노 교수는 “시민들의 사회적, 정치적 요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는 교황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 교황 마케팅도 한창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교황 마케팅’도 뜨겁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4위로 꼽았다. 교황의 브라질 방문 경제효과가 50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방탄차를 타지 않겠다’고 한 교황은 방한 기간에 사용할 차량으로 기아자동차 ‘쏘울’을 택했다.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내외 광고 효과를 누리게 된 기아차 쪽은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들뜬 분위기다. 방한 일정이 끝난 뒤 교황이 탔던 차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이다. 천주교계에서 보존하는 방안, 경매를 통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 여행상품’도 나온다. 충청북도는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음성의 매괴성당과 순교지인 진천 배티성지, 교황이 방문할 음성 꽃동네를 테마로 한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은 광화문광장 시복식 등 야외행사에 배포할 모자 50만개와 교황 수행원 등이 사용할 우산 1000개를 이미 제작했다.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서점가에도 교황 특수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1~7월 모두 19권의 교황 관련 서적이 출판됐다. 유통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오는 7일과 14일, 28일에 각각 ‘천국으로 가는 열쇠, 바티칸’ ‘영화로 만나는 가톨릭의 역사’ ‘교황의 와인, 샤토뇌프뒤파프’ 등을 주제로 유료 특강을 연다.
가장 반색하는 쪽은 당연히 천주교계다. 천주교 쪽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던 1984년과 89년 당시의 ‘신자 특수’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송호균 이재욱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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