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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트랜스젠더라고 ‘면제 판정’ 해놓고
병무청, 9년 뒤 다시 ‘군대 가라’

등록 2014-07-29 20:02수정 2014-07-30 10:05

성기 이외 대부분 여성으로 성형
‘성 주체성 장애’로 면제받았지만
병역 기피 사건 연루돼 다시 불거져
병무청, 불기소됐는데도 면제 취소
인권단체들 “행복추구권 침해” 지적
주변 사람들은 그가 “여자보다 더 여자 같다”고 했다. “여성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여자”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성기를 가리켜 “액세서리” “쓸모없는 부속품”이라고 말하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어머니만 이해해준다면 바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과연 이 ‘여성’이 남성들과 함께 내무반을 쓰며 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9년 전 ‘성 주체성 장애’ 판정을 받고 병역이 면제된 ‘비수술 트랜스젠더(성전환자)’가 최근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병역면제 취소 처분을 받았다. 과거 병역기피 행위가 있었고, 현재 ‘외형적’으로 여성화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ㄱ(33)씨는 2005년 6월 서울병무청에서 신체등급 5급에 해당하는 성 주체성 장애 ‘고도 등급’ 판정을 받고 병역이 면제됐다. 징병 신체검사 규칙 ‘정신과’ 항목 102항은 ‘성 주체성 장애로 1년 이상의 치료를 받거나 1개월 이상 입원한 경우’ 5급 판정을 하게 돼 있다. 앞서 ㄱ씨는 2002년 1월부터 14개월간 성 주체성 장애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2004년에는 ‘안면 여성화’를 위해 눈과 코, 턱을 성형했고, 이듬해 한 대학병원에서 성 주체성 장애 판정을 받았다. 병역면제 판정 뒤에도 3년 정도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이후에는 호르몬 주사 대신 피임약을 먹었지만 부작용이 나타난 뒤 복용을 중단했다.

서울병무청은 올해 초 다른 성전환자의 병역기피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 사람에게 병역면제 과정을 상담해준 ㄱ씨에게 병역기피 혐의를 적용했다. 9년 전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거짓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여성호르몬을 맞았다는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은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며 4월 불기소 처분을 했지만 서울병무청은 ㄱ씨에게 병역면제 취소를 예고했다. 형사책임은 면했지만 병역을 기피한 것은 분명하니 군대에 가라는 것이었다.

ㄱ씨는 5월29일 한 대학병원에서 성 주체성 장애 진단을 다시 받았다. 그는 진단서와 함께 여성화를 위한 턱 성형수술 확인서 등을 제출했지만, 서울병무청은 “여성화가 객관적으로 증명될 때 병역 면제가 가능하다”며 지난달 10일 결국 병역면제 처분을 취소했다.

ㄱ씨는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병역면제 취소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9년 전 신체검사 때도 성전환자였기 때문에 병역 기피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기를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은 어머니의 반대가 심해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인권단체들은 병역면제 취소는 인권침해라는 입장이다. 외국 사례를 봐도 호르몬 치료와 외과적 수술 등 의료 조처를 기준으로 성전환자임을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수술을 받아야만 병역면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박주영 ‘건강과 대안’ 연구원은 29일 “이는 징병 신체검사를 받는 19살 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만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라고 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한가람 변호사는 “최근 병무청은 성 정체성 판단이 아닌 고환 적출 수술 등을 병역면제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대전지법에서는 ㄱ씨 사례와 비슷한 병역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오로지 병역면제를 위해 1년간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자신의 남성성을 버리는 행동을 했다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ㄱ씨 사례와 반대로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 성별을 남성으로 정정한 성전환자도 병역의무가 생긴다. 병무청은 “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해 주민등록번호가 1(남성)로 시작하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병역면제에 해당하는 5급 판정이 내려진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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