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알리고 있는 민간 위안부 역사관을 도우려고 돼지저금통을 털었다.
부산 해운대구 신도고 학생회는 29일 부산 수영구 위안부 역사관에 210만7000원을 송금했다. 앞서 학생회 간부 10여명은 지난 14일 위안부 역사관을 방문한 뒤 15~18일 전교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였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모금기간은 나흘에 불과했지만 애초 목표액 120만원을 훌쩍 넘긴 210만원이 모였다. 5~6년 동안 동전을 모은 저금통을 내놓은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학생회는 지난 4월 위안부 역사관이 경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는 언론보도를 본 뒤 모금운동을 떠올렸다. 학생회 간부들은 모금운동을 벌이기 위해 유시시(UCC)를 제작하고 포스터를 만들었다. 이화여자외국어고가 제작한 위안부 문제 유시시와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아픈 사연을 담은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학급마다 틀었다. 또 위안부 실상을 폭로하는 사진과 글을 소개하는 포스터를 교실 복도와 급식실 등에 부착했다.
박준규 학생회장(고3)은 “모금운동을 통해 많은 학우가 가슴 아픈 문제를 공감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숙 위안부 역사관 관장은 “학생들이 대입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할 텐데 역사관 방문도 하고 성금까지 보내줘서 보람도 있고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위안부 역사관은 김문숙(87)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이 2004년 사재를 털어 문을 열었다. 상가 건물 2층 462㎡에 김 이사장이 10년 동안 모은 위안부 관련 사료와 재판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2012년 월세를 내지 못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전국의 시민들이 모금운동을 벌이고 부산시에서도 월세와 취업준비생 인턴 1명을 지원해 고비를 넘겼으나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물 주인이 오는 10월부터 현재 95만원인 월세를 15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도고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모금운동을 벌인 것이 대견스럽지만 기성세대가 해결해야 할 위안부 역사관 운영 문제를 아이들이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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