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71) 전 두산그룹 회장
“자본의 대학 경영” 우려 일어
두산가 형제 서울대·중앙대 맡아
두산가 형제 서울대·중앙대 맡아
서울대 이사장에 박용현(71) 전 두산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재벌 인사가 서울대 이사장을 맡게 되자 대학 교육에 ‘시장 논리’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이사회는 28일 호암교수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재적이사 15명 중 3분의 2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의 찬성으로 박 전 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서울대 이사장은 그 자리를 겸직했던 오연천 전 총장이 지난 20일 임기를 마친 뒤 공석이었다. 서울대 이사진은 총장, 부총장 2명, 교육부 차관, 기획재정부 2차관 등 당연직 5명과 학내외 인사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 전 회장과 성낙인 신임 총장, 서울대 총장 출신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유력한 이사장 후보로 꼽혀왔다.
서울대는 2011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총장이 초대 이사장을 겸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 전 총장이 이사장직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학외 인사인 박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선출돼 이원체제가 됐다. 박 이사장은 2011년 초대 이사로 선임됐고 지난해 12월 2년 임기의 이사로 연임됐다. 오 전 총장이 퇴임한 뒤 임시 이사장을 맡아왔다.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4남인 박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임용돼 서울대병원장까지 지내며 주로 의학계에 몸담아왔다. 하지만 형제들이 돌아가며 그룹 경영권을 맡는 전통에 따라 두산건설 회장(2007~2009년)과 두산그룹 회장(2009~2012년)도 역임했다. 박 이사장은 두산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중앙대 이사이기도 하다. 중앙대 이사장은 형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다. 중앙대가 사립대라는 점에서 국립대인 서울대와 차이는 있지만, 2008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비인기’ 학과가 폐지되면서 ‘자본의 대학 경영’이 학내 분규로 이어졌다.
서울대에선 이사장이 총장의 학교 운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 이사회는 총장 후보 선출권과 예·결산, 학칙 등에 대한 의결권을 지니고 있어 권한이 약하다고 볼 수 없다. 서울대 이사회는 앞서 교직원 대표들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1위로 추천한 후보 대신 2위였던 성낙인 총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해 학내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백도명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재벌 회장 출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는 것은 경쟁력이란 미사여구로 포장된 자본의 논리가 관철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인화 이전부터 돈이 되고 산학협력을 쉽게 할 수 있는 학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왔는데, 그런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이재욱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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