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46)씨
음식점 창업서 낸 김유진 칼럼리스트
은퇴 후 식당 창업자들 돕기 위해
전국음식점 22년 순례·칼럼 집필
맛있는 집이 잘되는 음식점 아냐
주인 아닌 손님 기준서 맛 찾아야
은퇴 후 식당 창업자들 돕기 위해
전국음식점 22년 순례·칼럼 집필
맛있는 집이 잘되는 음식점 아냐
주인 아닌 손님 기준서 맛 찾아야
“1년간 ‘먹방 나들이’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식재료를 파악해야 식당을 해도 망하지 않아요.”
은퇴자들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식당이지만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은 단지 치열한 경쟁 때문이 아니다.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개업하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해볼까’라고 덤비면 백전백패하는 은퇴자 등의 식당 창업자들을 위해 지난 22년간 전국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고 음식 칼럼을 써온 김유진(46·사진)씨가 본격적으로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형 장사의 신>을 출간한 김씨는 “음식점을 창업하려면 최소한 1년간 전국의 음식점을 돌며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분석은 매우 현실적이다. “천연조미료를 쓰고 가격이 착한 음식점이 반드시 잘되는 것이 아니죠. 인공조미료를 삽으로 퍼 담는 음식점에 손님이 길게 줄을 서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한다. “맛이 있는 집이 잘되는 음식점이 아니라, 잘되는 집이 맛있는 음식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들은 인공조미료와 나트륨, 후추의 환상적 조합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소문난 집의 음식을 맛보면서 식당 음식의 일반적인 기준을 거기에 맞춰야 합니다”라고 김씨는 권한다. 즉 손님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1년을 투자하며 연구하는 자영업자들은 결코 3년 안에 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방송사 피디라는 신분이었기에 유명 음식점의 주방과 요리 과정을 샅샅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남에게 결코 노출하지 않는 식당의 내밀한 곳을 마음껏 보았기에 음식의 ‘디테일’에 눈을 뜰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음식점 성공의 첫째 비결은 물론 맛이라고 꼽는다. “무안 낙지와 청양 고추와 서산의 육쪽마늘을 넣은 최고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에 손님이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것은 맛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기준이 아닌 일반적인 손님의 기준에서 맛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맛만 있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바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 재미는 곧 ‘스토리’이다. 자신의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해야 손님을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맛과 함께 재미를 곁들이지 않으면 ‘중독’이 안 돼요. 손님을 중독시킬 수 없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수많은 식당 가운데 선택을 받기 위해선 재미있는 식당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쟁이 할머니집이나 시끌벅적한 음식점들에 손님이 모이는 이유를 음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음식점이 선택되는 ‘합목적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점을 결정할 때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건덕지를 음식점이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 그 집만의 매력이 있어야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는 또 처음 음식점을 시작하는 이들은 ‘작게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가용할 예산을 음식점을 시작하면서 다 써버리면 얼마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을 타지도 못하면서 좋은 명마를 사고, 자신이 기수로 나서는 꼴”이라고 비유한다.
또 당장 눈에 보이는 트렌드를 따라 개업하면 1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김씨는 조언한다. “대부분 인기있는 프랜차이즈 사업들은 당장의 이익 발생을 강조하지만, 너도나도 뛰어드는 업종은 얼마 있지 않아 포화 상태가 돼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마련입니다.”
또 일단 식당을 개업하려면 계약하기 일주일 전에, 일주일 동안 식당 주변에서 24시간 살펴보길 조언한다.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손님들의 움직임이 변화합니다. 한개의 식당을 개업하면서 주변 상권을 분석하는 것은 별로 의미 없어요. 그 골목을 지나다니는 이들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2001년부터 음식점 컨설팅을 시작해서 ‘대박’을 내게 한 음식점이 200곳이 넘어 ‘맛집 조련사’로 불리는 푸드 전문 컨설턴트인 김씨는 “전체 예산의 10%는 교육비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전 재산과 부인과 자녀들의 노동력을 투입하면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어거지로 성공하겠다는 심사라는 것이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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