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법적 책임 추궁론
“대운하 아니라고 국민 속이며
수조원 예산 낭비” 지적하고도
“통치행위”라는 MB쪽 항변 수용
“대운하 아니라고 국민 속이며
수조원 예산 낭비” 지적하고도
“통치행위”라는 MB쪽 항변 수용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지금까지 모두 4차례의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국민을 속이고 수조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업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법률적 책임을 묻는 데는 소극적이다. ‘통치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사업인 만큼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뜨거웠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난 뒤인 지난해 7월 실시한 ‘3차 감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검토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통치행위”라는 이 전 대통령 쪽의 항변을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은 물론 관련 책임자들한테 어떤 법적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이 전 대통령의 책임 문제는 지난해 10월 감사원 국정감사 때 큰 쟁점이 됐다. 당시 감사원은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했다’는 앞선 발표와 달리 이 전 대통령 지시로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애초 계획보다 큰 규모로 4대강 사업이 진행됐다고 결론 내렸다. 국정감사장에 나온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사업이 원래 계획보다 커진 데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의중이 상당히 많이 작용했다”며 “일정 부분 (이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검토 결과를 공개하며 “현재까지 위법성과 고의성 또는 손해를 끼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는 찾아내지 못했다. 최종적인 결론은 이것이 대운하에 대한 믿음, 이상기후에 대한 소신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단서를 달았다. 책임은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머지 책임자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이 펼친 ‘통치행위’의 우산 아래 숨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감사원 문답서를 보면,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과 안시권 전 국토부 정책총괄팀장, 정재용·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 등 4대강 사업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브이아이피(VIP)의 통치행위다”, “청와대에선 오로지 대통령 의중만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자신들은 대통령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얘기다. 감사원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더는 책임을 묻지 않고, 국토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한테 각각 주의 조처를 하는 수준으로 감사를 마무리했다.
당연하게도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환경단체 등이 참여한 4대강조사위원회의 김영희 변호사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통치행위’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제로는 대운하 사업을 하면서도 대운하가 아니라고 국민을 속였다”며 “이는 국가재정법상 ‘예산의 목적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그는 “낙동강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수심 6m를 유지하려 했고 이 때문에 애초 예산보다 8조원이 더 투입됐다”며 “이는 배임행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치행위가 아닌 ‘범죄행위’라는 반론이다. 이에 따르면 정종환 전 장관 등 핵심 실무자들은 범죄를 도운 공범이 된다.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 58명을 배임 및 국가재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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