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소통능력 높이기 위해
명상·꽃꽂이 하며 스트레스 해소
“긴장감 줄어 업무 효율 높아져”
명상·꽃꽂이 하며 스트레스 해소
“긴장감 줄어 업무 효율 높아져”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 결국 둘 중 한쪽의 손만 들어줘야 하는 게 판사의 일이다. 많게는 연간 1000여건씩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의심은 ‘직업병’이 되고 스트레스도 커진다. ‘막말 판사’ 논란은 자질뿐 아니라 이런 스트레스가 원인일 때가 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소송 당사자들과의 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해 판사들도 ‘자기관리’를 한다. 15일 낮 12시 서울동부지법 신관 4층 대강당. 법정에서는 감정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판사들이 근엄한 표정을 풀었다. 강사가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자 자신의 양쪽 겨드랑이를 때리는 마사지를 시작했다.
판사 16명과 법원 직원 40명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법원이 마련한 ‘사상체질과 스트레스’ 강좌에 참여했다. 지난 8일부터 석달 동안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마다 인문학·예술·실용지식 등을 배우는 ‘교양 아카데미’ 강좌 가운데 하나다. 류종형 고려대 평생교육원 객원교수는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엄숙해야 하는 법원에서는 누구도 쉽게 감정 표현을 못 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이겨내면 재판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에도 판사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해소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민사단독부 정경근 판사는 “혹시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당사자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지 모른다는 스트레스는 모든 판사가 똑같이 겪는다”고 했다. 정 판사도 이날 스트레스 해소 강좌에 참여해 열심히 겨드랑이를 두드렸다. 13년차인 임혜진 판사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법원 꽃꽂이 동호회를 찾는다. 임 판사는 “최근에야 내가 꽃꽂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스트레스가 줄어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했다.
서울북부지법 판사들은 마음을 비워내는 명상을 한다. 14일 오후 법원 6층에 마련된 요가실에서는 판사 4명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명상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진행되는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명상을 하다 보면 거짓과 진실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법정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송 당사자들 말에 귀 기울이는 여유도 생긴다.
강사인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한국심리학회 회장)는 “나를 관찰하는 힘을 기르면 내 생각을 놓고 상대방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최우리 이재욱 기자 ecowoor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