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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대만 심리적 거리, 한국문학으로 메웠으면”

등록 2014-07-09 18:27수정 2014-07-09 20:40

전직 외교관 류순푸(73)씨
전직 외교관 류순푸(73)씨
한국 고향인 전 외교관 류순푸
김소월 시 등 한국작품 번역 열심
“선우휘 ‘불꽃’도 꼭 출간하고파”
“서른에 번역했던 김소월 시집을 일흔이 넘어 다시 번역하니 문학적 향기가 더 짙어지네요.”

그의 한국문학 사랑은 유별나고 고집스럽다. 대만에서 유일하게 한국문학 번역 일을 평생 하고 있는 그다. “남들이 하지 않아요. 그러나 언젠가 대만에서 한국문학을 제대로 인식하는 그날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최근 타이베이에서 김소월 시 60여편을 담은 <김소월 시선집>을 번역 출판한 전직 외교관 류순푸(73·사진)씨는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이래로, 한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대만에 끈질기게 한국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타이베이의 중국문화대 동방어문학과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뒤 한국어 강사를 하면서 처음 김소월 시집을 번역했다. “김소월의 시가 한국인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한국인을 이해하려면 그의 시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번역을 시작했지요.”

그는 춘원 이광수의 <사랑>을 번역 출판했고, 주요섭의 <아네모네 마담>도 번역해 대만 일간지에 연재하기도 했다. <한국 고대사>는 직접 집필해 출간했다. 또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과 ‘김치’ ‘인삼’ 등 한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용어를 언론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대만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데 열중하는 이유는 한국이 고향이라는 인연도 있다. 산둥 지방에서 건너와 중화음식점을 하던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대만으로 건너가 대학을 졸업했다. 대만 외교부에 한국말 통역으로 특채된 그는 30여년을 직업 외교관으로 근무하다가 은퇴했다. 1990년에는 한국 주재 정무서기관으로 발령났으나 2년 만에 한국 정부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바람에 본국으로 철수했다. 그 뒤 다시 한국 대만대표부에서 4년간 근무했던 그는 은퇴한 지금도 <한국문학 전집>을 펼쳐 보며 번역을 하고 있다.

최근엔 고 선우휘의 단편소설 <불꽃>을 번역했으나, 작가의 유족에게 지급할 저작권료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제가 읽은 한국의 소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유족들이 저작권 비용을 양보해준다면 곧 출판할 수 있어요.”

“최근 한류 바람으로 젊은층에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긴 했으나 아직은 외교적 배반감으로 대만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뜨겁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한국의 문학작품이 대만에서 한류 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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