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조재현 경기도 문화의전당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경기도 문화의전당(이하 문화의전당) 이사장인 배우 조재현(49)씨가 이사장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썼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보도(8일치 9면 참조)에 대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했다.
조 이사장은 <한국방송>(KBS) 드라마 <정도전>에서 주인공 정도전 역을 맡았다. 그는 바쁜 일정 탓에 경기도 수원에 있는 문화의전당 직원들을 드라마 촬영지인 경북 문경으로 내려오도록 해 회의를 했을 뿐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 문화의전당 업무에 협조한 문화계 인사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였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본인 몸이 10개가 아니다”라고 했다. ‘비상근 이사장’의 개인 일정에 맞추느라 문화의전당 직원들이 150여㎞ 떨어진 문경까지 왕복하는 ‘출장 회의’를 해야 하는 상황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1분기(1~3월) 문경에서 사용한 6차례 업무추진비 가운데 문화의전당 직원들이 참여한 회의는 3차례였다고 한다. 공개된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3차례에 걸쳐 28명이 식사를 겸한 회의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의 비효율 또는 방만 경영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조 이사장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한겨레>는 공개된 자료를 보고 나서 7일 오전 이사장 업무추진비를 관리하는 문화의전당 경영지원팀에 사용 내역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과 해명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회의 내용을 기록하지 않는다. 6건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중 3건은 직원들이 문경으로 내려가 회의에 참여했지만, 직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나머지 3건은 조 이사장이 누굴 만났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해명을 원하는 기자에게 “감사도 아닌데 일일이 답변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답변대로라면 문화의전당은 이사장의 업무와 관련한 일정을 관리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8일 문화의전당은 “이사장 업무추진비 사용 규정은 없다. 예산 편성안 기준에 맞게 자율적으로 쓴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언급했다. 하지만 기사는 배우가 아닌 ‘공공기관 이사장’으로서의 조재현, 그리고 경기도가 100% 출연한 문화의전당을 향한 질문이었다. 문화의전당 이사장이 한 해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연간 최대 1500만원이다. 물론 이 돈은 경기도민들이 낸 세금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4분기에도 문경에 있는 음식점에서 두차례 ‘업무 협의 식사’를 했다. 이사장 업무추진비 내역은 문화의전당 누리집에 분기마다 공개된다. 곧 공개될 올해 2분기 사용 내역이 궁금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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