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고
“국가기관이 헌법 의무 저버리고 국민 기본권 침해”
“국가기관이 헌법 의무 저버리고 국민 기본권 침해”
박정희 전 대통령 독재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백기완(82)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장영달(66) 전 국회의원이 국가배상을 받게됐다.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기영)는 백기완(82)선생과 부인 김정숙(81)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억1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백 선생은 1974년 1월께 개헌 청원 서명운동본부 발기인으로 유신반대 운동을 벌이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끌려가 긴급조치 1호 최초 위반자로 기소됐다.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이듬해 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무고한 옥살이를 이끈 당시 판결은 지난해 8월 재심에서 무죄로 판결 났고, 이를 근거로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기관이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가해자가 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백기완의 장기간 구금 생활로 그와 부인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수감됐던 장영달 전 의원도 이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 6억1900만원을 국가로부터 배상받게 됐다. 재판부는 “장영달과 같은 소수의 용기있는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국가의 민주화에 큰 밑거름이 됐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영달과 가족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오랜 기간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과 냉대를 겪어야 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장 전의원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재판부로부터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다가 이듬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국민대에서 학생시위를 부추긴 혐의(긴급조치9호 위반)로 8개월만에 다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서는 2009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받고 2012년 국가를 상대로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해 28억6500만원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6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판결을 받은 뒤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4월 발생한 조작사건으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의 관련자 180명이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을 수립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 철폐와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일어나자 이를 탄압하기 위해 1974년부터 4년여 동안 1호부터 9호까지선포됐다. 유언비어 날조 유포 금지, 헌법 부정 행위 금지, 이 조치에 대한 비방행위 금지 등의 항목이 담겼다. 2013년 3월21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장영달(64·사진)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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