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구로1동 주공아파트 단지 부탁드립니다.” “아, 거기 육지 안의 섬이요? 모퉁이 파출소 있는 쪽에서 좌회전하면 됩니까?” “네~”
우리 동네는 서울 구로1동이다. 경인전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거대한 철도차량기지를 등에 지고 남부순환로와 서부간선도로를 끼고 있다. 게다가 고척교 가까이 들고나는 길이 하나밖에 없어 택시기사들에겐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린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별로 없으니 유흥시설이 거의 없고, 학교를 중심으로 주거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동네다.
그래서일까. 구로1동의 거리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특히나 여름밤 동네 벤치나 마을 정자엔 수박 한 조각씩 나누어 먹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디 앉을 틈을 찾기도 어렵다.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 건네는 분들이 더 많지만, 비록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 지역 어디에 사는 사람이겠거니 싶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마을 느낌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이렇듯 구로1동 주민들이 안심하고 거리에서 밤바람에 땀을 식히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거주자 외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한 동네에서 계속 얼굴 보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서로를 믿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러가지 진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을 입구 파출소의 존재감에도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분들이 묵묵히 자기 일을 잘하고 있는 게 아닐까?
경찰이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능은 방범활동이나 경비 등 보호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엔 노약자나 청소년 지도 등의 봉사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얼마 전엔 순찰하던 경찰이 거리 노점의 할머니가 폭염에 쓰러질까 걱정돼 할머니가 팔던 과자를 다 사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출간된 <우리나라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문득 ‘사회적 경제도 하나의 마을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마을 안엔 집, 일터, 시장, 학교, 병원, 소방서, 은행, 경찰서, 우체국, 도서관, 놀이터, 보육시설, 경로당, 의사결정기구 등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비롯해 주민들이 함께 모여 안심하고 두런두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공공의 기능과 역할들이다. 특히 우리 마을에 있는 파출소처럼 법치를 수호하면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경찰 기능이 확보되어 있을까?
최근 협동조합 붐이 일어나면서 이곳저곳에서 협동조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법인격으로서 사업체를 꾸리는 것 외에 협동조합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해 이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원칙과 질서를 지키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경찰 기능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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