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한 친구도 함께 구속
빚 독촉 받자 선거 전 범행 지시
이동경로 알려주고 흉기도 전달
시의원 “돈 안빌렸다”…새정치 탈당
빚 독촉 받자 선거 전 범행 지시
이동경로 알려주고 흉기도 전달
시의원 “돈 안빌렸다”…새정치 탈당
지난 3월 서울 강서구에서 일어난 수천억원대 재력가 송아무개(67)씨 살인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의원인 김아무개(44)씨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김씨의 사주를 받고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팽아무개(44)씨도 구속했다. 김씨는 경찰 체포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서울 강서경찰서가 29일 밝힌 수사결과를 보면, 김씨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던 2000년께 지역 재력가 송씨를 알게 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서지역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김씨는 그해 말부터 이듬해까지 4차례에 걸쳐 송씨한테서 5억2000만원을 빌렸다.
경찰은 김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해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빚 독촉을 받던 김씨는 친구 팽씨에게 ‘내가 빌려준 7000만원을 받지 않을 테니 송씨를 살해해 달라’며 범행을 부추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그러는 사이 송씨가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려는 김씨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출마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팽씨는 3월3일 새벽 송씨 소유 건물에서 흉기를 휘둘러 송씨를 살해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김씨가 송씨의 출퇴근 시간과 이동 경로, 사무실 앞 폐회로텔레비전(CCTV) 위치 등을 팽씨에게 자세히 알려주고 전기충격기와 흉기를 구해 건네줬다고 설명했다. 팽씨는 범행 1주일 전 현장을 답사하고, 범행 직후 택시를 여섯 차례나 갈아타며 이동해 인천 청량산에 흉기를 버리고 옷가지를 태웠다. 팽씨는 범행 사흘 뒤 중국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폐회로텔레비전과 택시 지피에스(GPS) 위치정보를 추적해 팽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다시 팽씨의 통화내역 조사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사건 전후로 김씨와 통화하고 도피자금으로 보이는 돈이 오간 것도 확인했다. 경찰은 또 송씨 사무실에서 김씨 명의의 5억2000만원짜리 차용증을 확보하고,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중국 공안의 협조를 받아 팽씨를 국내로 송환했다.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팽씨에게 빌려간 내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팽씨가 돈을 훔치려고 송씨를 살해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또 송씨한테서 돈을 빌리지 않았고, 차용증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송씨가 써달라고 해서 써줬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팽씨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범행 전후로 김씨가 집 주변 공중전화와 대포폰으로 팽씨와 통화하고 인천공항 근처까지 데려다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용증에 기록된 5억여원이 채무가 아니라 대가성 돈일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살해당한 송씨는 호텔, 결혼식장, 스포츠센터 등을 소유한 갑부였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는 강서구에서 대한항공 다음으로 세금을 많이 낼 정도의 재력가”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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