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5000만원을 받은 세무공무원에게 징역 3년6월에 받은 돈 5000만원의 추징과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받은 뇌물의 추징과는 별도로 같은 액수의 벌금을 병과한 것이다.
경기도 성남세무서 조사과에서 세무주사(6급)로 일하던 이아무개(49)씨는 2009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두달여간 코스닥 상장 게임개발업체인 ㅂ사에 대해 통합법인세 조사를 벌였다. 조사반장이던 이씨는 세무조사 기간인 2010년 1월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음식점에서 ㅂ사 대표 김아무개(45)씨를 만나 “세무조사를 잘 마무리해주겠다. 금융 조사와 검찰 고발도 하지 않을 테니 현금으로 ‘다섯개’를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한달 뒤 강남구 청담동 일식집에서 김씨를 만나 5만원권으로 현금 5000만원을 받았다.
이씨의 범행은 4년이 지난 올해 1월에야 발각됐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8월 김씨 관련 횡령 사건을 수사하다 이씨의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1월 김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약식기소하고, 뇌물을 받은 이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하현국)는 이씨에게 실형과 벌금, 추징금을 병과해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뇌물 액수가 적지 않고 세무행정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점을 감안해 엄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부지방국세청은 “이씨는 지난 2월 직위해제됐다. 판결문을 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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