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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군 대위 출신 “내 아이도 A급 관심병사였다”

등록 2014-06-24 14:09수정 2014-06-24 18:00

총기 난사 사고 뒤 무장 탈영한 임아무개 병장이 2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한 야산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강릉/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총기 난사 사고 뒤 무장 탈영한 임아무개 병장이 2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한 야산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강릉/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구분짓기 악영향…지속적 상담치료도 부족”
관심병사 제도 낙인만 있고 보호는 없는 셈
“내 아이도 A급 관심병사였다.”

여군 대위로 퇴역한 김아무개(49)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관심 병사’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난해 제대한 아들 이야기부터 꺼냈다. “마침 아들 부대 연대장이 내 후배였다. 후배에게 아들이 A급 관심병사란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냥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김씨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여군 교육대대’에서 교무장교로 오래 일했다. 그래도 아직 부적응 사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특성상 어떤 심리학, 교육학 이론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좌절에 빠졌어요. 이런 비극이 터질 때마다 마음만 쓰릴 뿐이죠. 다만 경험을 통해 A, B, C로 구분짓고 통제하는 방식이 악영향만 불러온다는 것만은 깨닫게 됐습니다.”

임 아무개 병장(22)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관심병사 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임 병장이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 관심병사 제도의 정확한 명칭은 ‘보호관심병사 제도’이다. 육군 규정에 따라 ‘자살 우려자’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겨레>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육군 규정941(사고 예방 및 처리 규정)’을 보면, 관심병사는 A급, B급, C급으로 나뉘어 상담과 진료, 특별 캠프 입소(그린캠프, 비전캠프) 등을 받는다. 캠프는 일반적으로 2주, 혹은 3박4일 단위로 짜여져 있다. 내용을 보면, 우선 ‘미술치료’, ‘음악치료’, ‘스트레스는 나의 힘’ 따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짧은 캠프를 거친다. 이후 지휘관 책임 아래 적응을 유도하고 한 달 뒤 에프터 그린캠프를 통해 적응 상태를 확인한다. 하지만 그 이후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김씨는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조카도 관심병사였지만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무뚝뚝한 군 장교들이 얼마나 엄마처럼 보살필 수 있겠나. 결국 낙인만 있고 보호는 없는 결과가 초래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규정은 또 입소자의 개인 신상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군인들은 실제 군대 내에서 관심병사라는 ‘낙인’이 너무 쉽게 눈에 띈다고 털어놨다. 한 현역 육군장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육과 멘토링,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와 SNS 등에서도 자신 역시 관심병사였다는 고백이 줄을 잇고있다.

아이디 se***을 쓰는 한 누리꾼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관심사병 의가사제대자 경험담’이라는 글에서 “관심병사는 곧 고문관이다. 관심을 가져 줄 목적이라면 부대 내에서 중대장 이상급만 알고 있는 기밀사항이 되어야 하는것이 정상인데 대대를 넘어서 연대까지 다 알게 된다. 사이코패스같은 선임을 만나면 공공연히 ‘김관심’, ‘김보호’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고 지적했다.

관심병사 제도가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에 기대 있다는 비판도 잇달았다. 아이디 @Am********를 쓰는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훈련소에서 식당에 훈련병들 모아 놓고 무슨 질문지를 돌렸고 그날 저녁 내가 적어낸 질문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소대장과 면담을 했다. 군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부터 시작해서 꼬치꼬치 질문을 받았고, 답을 했고 자대배치 받고 나서 보니 관심병사였다”며 관심병사가 된 과정을 설명했다.

실제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22사단의 경우 전체 병사의 20%가 관심병사”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육군 규정을 보면 ‘한부모 가정’ ‘경제적 빈곤자’ ‘성 소수자’ 등은 무조건 관심병사로 분류된다. 사회적 낙인이 그대로 군대로 옮아가는 셈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임 병장 사건을 계기로 관심병사가 지오피(GOP)에 근무해 화를 키웠다는 주장이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그 사람 관심병사였다라는 말과 시선은 정말 폭력적이다. 그 사람이 유별나고 문제 있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 나도 관심병사였는데...(@no*********)”, “언론이 관심병사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다루기 시작했다. 정말 그럴까? 누군가를 징병한 것도 군대, 그에게 관심병사라는 ‘낙인’을 찍은 것도 군대다. 지금 내 주변에는 관심병사 출신이 많지만, 그들은 위험하지 않다. 나도 A급 관심사병이었다(@cr********)”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방준호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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