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준영·함수정·김미연·이윤정씨.
이화여대 ‘슬픈 과학자’ 그룹
동물실험 등 인식개선 나서
1년 조사한 실태보고서 발표
동물실험 등 인식개선 나서
1년 조사한 실태보고서 발표
2011년 5월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 <티브이(TV) 동물농장>에서 집에서 키우는 긴팔원숭이가 방영됐다. 원숭이가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원숭이의 행동인데도, 방송에서는 ‘말썽쟁이 원숭이’로만 묘사됐다. 함수정(30)씨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작은 모임을 만들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명료한 ‘이성’만이 과학자의 전부일 수 없다. 감정을 느끼는 동물을 연구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대학원의 ‘슬픈 과학자’ 그룹은 동물의 생태를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해, 사람과 동물 사이의 ‘소통 가교’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16일 만난 멤버 김준영(26)·함수정·김미연(26)·이윤정(25)씨는 “사람들이 동물을 잘 모른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이 처음 제기한 문제는 그해 대학 내 실험쥐 사용에 대한 윤리교육이었다. 한 연구자가 실험쥐들이 ‘보는’ 앞에서 다른 실험쥐의 꼬리를 잡아 빼는 것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쥐들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다’고 항의했고, 학내에 동물실험 윤리교육이 강화됐다.
2012년 대학축제 때는 학내 대형 유리건물에 부딪혀 죽은 조류의 사체를 전시했다. 이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막기 위해 유리에 맹금류 그림을 그리도록 학교에 요청했다. 해당 건물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에게도 이런 내용을 담은 전자우편을 보냈다. 최근에는 동물들의 기본 습성을 보고 ‘행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만들었다.
이들은 가정에서 야생동물을 기르는 것은 ‘빗나간 사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멸종위기종 판매자가 ‘귀여운 모습에 반해 구입했다’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동물을 좋하한다면 가정이 아닌 야생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동물 거래와 관련한 엄격한 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모두 7명이 활동중인 슬픈 과학자 그룹은 지난 1년간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과 공동 조사한 <가정 내 야생동물 사육 실태 보고서>를 17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발표한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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